현대重ㆍ현대車 노사관계 ‘희비’

옛 현대그룹의 라이벌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웃고 있는 쪽은 현대중공업. 이 회사 노조는 지난 5일 올해 임금협상안에 대한 전체 조합원(1만9,580명)찬반투표를 벌여 투표 참가자 1만8,491명(94.4%)의 64%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95년 이후 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으며 특히 올해 8차 협상만에 노사 잠정 합의안 마련에 성공, 역대 최단기간 협상타결 기록을 세웠다. 이번 타결로 15년차 현장 근로자의 경우 이 달에만 정기 급여와 생산성 격려금 100%(통상임금)와 산업평화유지 격려금 100만원, 20만원 상당 생활물품, 여름휴가비 30만원 등 1인당 500~600만원을 받아 타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 노조는 내년 5월말까지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고용안정협약서`를 체결해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 시키고 동구지역에 한정했던 외래 진료구역을 울산 전역으로 확대해 조합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회사측도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대신 주 5일제 근무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올해 민노총의 핵심 공동 요구사안을 비켜 나가 노사 화합의 기틀을 다졌고 향후 해외 선박 수주에도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노조가 올해 임단협 결렬에 항의하며 지난달 20일 2시간 주간잔업 거부를 시작으로 8일까지 주야간 하루 8~10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여 4만 여대의 생산차질과 5,3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고 있다. 이에 따라 98년 전면파업 36일(정리해고), 99년 부분파업 15일(임단협), 2000년 전면 및 부분파업 12일(임금협상), 2001년 전면 및 부분파업 13일(임단협), 2002년 부분파업 6일(임금협상 및 노동법 개정)등 6년 연속 파업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올해 주요 협상 사안이 ▲주 40시간 근무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재계와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안이어서 협상 타결에 난항이 예상, 해외 수출 차질에 따른 대외 신인도 악화가 우려된다. 현장 근로자들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현장 근로자들은 특근과 야근까지 희망하고 있지만 정규 작업과 특근 및 잔업거부로 하루 10~20만원의 임금 손실을 입고 있다. 시민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전국 사업장의 노사분위기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현대차 노사가 조속히 접점을 찾아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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