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21ㆍ함부르크)이 마침내 차범근(60ㆍ전 수원 삼성 감독)의 진정한 후예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마인츠의 코파스 아레나에서 끝난 마인츠와의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9라운드 원정 경기(2대1 함부르크 승)에서 두 골을 폭발했다. 지난 2월10일 도르트문트전에서 시즌 8ㆍ9호 골을 터뜨린 뒤 두 달 넘게 조용했던 손흥민은 이날 아홉수를 깨고 10ㆍ11호 골(후반 16ㆍ36분)을 연달아 작렬했다. 특히 수비수 두 명을 달고 단독 드리블 하다 골키퍼까지 제치고 꽂은 11호 골이 하이라이트였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와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은 손흥민을 ‘맨 오브 더 매치(MVP)’로 꼽았고 독일 일간지 빌트도 최고 평점인 1점을 매겼다.
이날 골로 손흥민은 유럽 1부리그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한 5번째 한국인이 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차붐’ 차범근이 1980년대에 총 6차례나 두 자릿수 득점(19골이 한 시즌 최다)을 올렸고 설기현은 2002-2003시즌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13골을 넣었다. 또 박지성은 2004-2005시즌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11골을, 박주영은 2010-2011시즌 프랑스 AS모나코에서 12골을 기록했다. 2010-2011시즌 3골을 시작으로 2011-2012시즌 5골, 올 시즌 11골로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늘려온 손흥민은 차범근 이후 27년 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한 한국인 분데스리거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리그 득점 순위 공동 9위(1위는 21골 레반도프스키)에 오른 손흥민은 안 그래도 고공비행 중인 주가가 더욱 치솟게 됐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토트넘 등이 손흥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EPL로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손흥민으로선 급할 것이 없다. 함부르크는 승점 41점(12승5무12패)으로 리그 8위가 됐고 6위 프랑크푸르트(승점 42)를 1점차로 맹추격하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5경기를 남긴 가운데 6위 안에 들면 함부르크는 다음 시즌 유럽 각 리그 강팀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유로파리그에 나갈 수 있다. 손흥민의 발 아래에 독일을 넘어 유럽 전체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멍석이 깔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