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24ㆍ미국)가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깜짝 우승'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미국의 유명 교습가인 피터 코스티스는 지난해를 마감하면서 "타이거 우즈가 부활하지 못한 것보다 파울러가 우승하지 못한 것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고 한 바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파울러로부터 배울 만한 점들을 살펴봤다.
이번 웰스파고 챔피언십 최고의 샷은 단연 파울러가 연장전에서 보여준 웨지샷이었다. 132야드를 남기고 51도 웨지로 친 볼은 개울과 깃대 사이의 좁은 여유 공간에 떨어진 뒤 홀 1.2m 옆에 멈춰 섰다.
로리 매킬로이(23ㆍ북아일랜드)를 무릎 꿇게 만든 이 한 방은 우연히 나온 기적의 샷이 아니었다. 통계를 보면 파울러는 50~125야드 지점에서 샷할 때 핀과 평균 4.8m 거리에 근접시켜 PGA 투어 올 시즌 전체로 14위에 올라 있다. 이런 거리의 샷은 아마추어 골퍼의 스코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날카로운 웨지샷의 비결이 뭘까. 파울러는 최근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에서 "볼을 정확히 맞히는 것과 적절한 궤도를 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웨지샷은 파워보다는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요한다. 볼을 정확히 맞히지 못하거나 다운스윙을 너무 가파르게 하면 거리와 방향을 컨트롤할 수 없다. 그는 "다운스윙 때 몸이 아래로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드레스 때부터 임팩트를 지날 때까지 다리 자세(무릎 각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머리도 거의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웨지샷의 거리는 그립을 내려 잡는 정도로 조절한다. 그는 "거리가 어중간할 때 백스윙 크기로 거리를 맞추려면 너무 복잡해진다. 그립을 짧게 잡고 똑같이 스윙을 하는 게 쉽다"고 강조한다. 그의 경우 3㎝ 남짓 내려 잡으면 5야드, 7㎝ 정도면 10야드 짧게 날아갈 거라고 예상한다고 한다.
드라이버샷도 눈여겨볼 만하다. 175㎝가 되지 않는 키로도 파울러는 평균 294.1야드(34위)의 장타를 뿜어낸다. 지난해 10월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그가 한 말이다. "스윙은 몸통을 회전시키는 것인데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몸을 좌우 상하로 움직입니다. 원통 안에서 스윙한다고 생각하세요." "백스윙에서 꺾어준 손목(코킹)을 다운스윙 때 최대한 늦게 풀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운스윙 때 오른쪽 팔꿈치를 몸에 붙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체중이 발 앞이나 뒤로 이동하지 않고 계속 발바닥 중앙에 실리도록 하면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맞힐 수 있어 거리가 더 늘어납니다."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도 배울 점이다. 파울러는 지난해 미국 골프닷컴의 측정에서 볼에 다가선 뒤 샷을 하기까지 평균 16초가 걸려 준비 시간이 가장 짧은 선수로 조사됐다. PGA 투어 통산 21승을 거둔 명예의 전당 멤버 래니 왓킨스(63ㆍ미국)는 "파울러의 플레이가 진정한 골프 플레이다. 그는 '지금 내 스윙면이 정확한가'와 같은 이런저런 점검을 하지 않는다. 그냥 클럽ㆍ홀ㆍ볼을 보고 그대로 치며 그것이 골퍼가 해야 할 전부"라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