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35) 씨는 경매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고 단지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입주를 하려는 시점에서 관리사무소로부터 아파트 관리규약을 근거로 전 소유자의 1년 치 연체관리비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관리규약에는 ‘입주자 대표회의는 체납된 관리비 전체에 대해 입주자 지위를 승계한 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아파트 관리규약은 법률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소유자 상호간에 협의를 통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파트 소유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권리를 해치지는 못한다. 해당 아파트 소유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규제를 가하기 위해서는 관리규약이 아닌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L 씨와 같은 승계인이 기존 관리규약을 명시적이나 묵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승계인은 체납관리비 전체를 지불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하지만 아파트의 공용부분(주차장, 엘리베이터, 관리사무소 등)에 해당하는 관리비는 사정이 다르다. 공용부분은 전체 공유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그에 소요되는 유지 관리비용에 대한 공유자 상호간의 권리나 의무는 법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아파트를 타인에게 매각하는 것을 통해서 관리비 납부를 회피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이에 대해 판례도 아파트의 특별승계인은 전 입주자의 체납관리비 중 공용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승계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L 씨는 아파트 관리비 전부를 부담할 의무는 없지만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는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L 씨는 공용부분에 대한 면적을 관리사무소에 요청하여 그에 해당하는 관리비를 정산하고 입주하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비단 아파트 관리규약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분상가 관리규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