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21세기형 넝마주이

지난 70년대만 하더라도 고철, 유리병, 알루미늄 깡통 따위를 주워 생계를 꾸리던 ‘넝마주이’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망태기를 둘러메고 넓적하고도 긴 집게를 들고 다니며 땅바닥을 살피던 넝마주이야말로 우리나라 재활용 산업의 선구자라 할 만하다. 넝마주이가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는 없었다. 70년대의 넝마주이는 훌륭한 ‘재건 대원’이자 환경 미화원이었던 셈이다. 당시의 자원 재활용이 재건을 위한 필요악이었던 데 비해 오늘날의 자원 재활용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 됐다. 고갈되는 자원과 에너지 문제도 심각하지만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의 가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에너지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한 관련 전문가들의 노력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범국민적 차원에서의 자원 절약이 병행되지 않고서는 열 받은 지구를 식히는 시간이 그만큼 더뎌질 수밖에 없다. 95년부터 전격 시행된 쓰레기종량제 실시 이후 매립 위주였던 생활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이 98년 34.9%에서 2005년 56.3%로 높아졌다. 특히 생산 단계에서부터 100여종이 넘는 환경오염 물질을 발생시키던 플라스틱 필름류의 재활용을 통해 이제는 연료까지 추출해 쓰고 있다. 폐식용유를 모아 바이오 디젤을 만들고 쓰레기를 소각해 석탄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이제 광산이나 유정(油井)에서만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자원을 채굴하게 됐다는 점에서 자원 재활용은 도시 광업이라고도 불린다. 쓴 것을 또 쓰는 것 못지않게 안 쓸 수 있는 것은 안 쓰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3년째 실시하고 있는 18ㆍ27운동도 좋은 예가 된다고 본다. 천안 본원을 비롯한 전국 12개 센터의 연구실과 실험실이 여름에는 27도 이상, 겨울에는 18도 이하가 돼야 냉방 및 난방장치가 작동된다. 아예 시스템을 18ㆍ27에 맞춰 조절해놓고 있다. 이를 위해 하절기에는 반소매에 넥타이 매지 않기, 동절기에는 내복 입기를 독려해 연간 1억원에 가까운 에너지 비용을 절약해왔다. 에너지 위기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자원절약 습관이 정착돼야 한다. 우리 모두 쓰레기 더미에서 자원을 찾는 현대판 광부, 21세기형 넝마주이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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