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의 눈길을 끄는 볼거리 중의 하나가 저들의 축제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는 1년 내내 전국의 어디에선가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일본인들은 '마쓰리(祭)'라 부르는 축제를 좋아한다. 7월 중순경에 열리는 교토(京都)의 '기온(祇園)마쓰리'에는 3백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모여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쓰리' 외에도 '오봉(盆)'이라 해서 음력 7월15일 백중(百中)을 전후해 온 마을의 남녀노소가 한자리에 모여 북 장단에 맞추어 윤무를 추는 풍습도 살아 있다. 이때 추는 춤을 '봉 오도리(盆踊)'라 부른다. 이 같은 축제와 행사를 통해 일본인들은 운명공동체로서의 자기 마을과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일본인으로서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한편 일상의 억눌린 생활에서 누적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정서적인 정화(淨化; catharsis)를 경험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남미의 카니발에서 보듯이 세계의 여러 민족이 제 각기 자기들 고유의 축제를 통해 생활의 활력을 재충전하고 있다. 전통적 축제가 아니더라도 국민적 스포츠를 통해 같은 효과를 얻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축제가 없다. 국민이 열광하는 스포츠도 없다. 기록을 보면 옛날에는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인데 아마도 유교의 권위주의가 이 사회의 지배윤리로 자리잡으면서 그런 행사가 설자리를 잃은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 대신 억눌린 민초들의 한(恨)만이 남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 행사에서 분출 된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는 과거의 정신적 억압과 물질적 궁핍을 모르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열정이 스포츠를 통한 축제의 모습으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고 그 열기가 국민들에게 확산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이번 월드컵 축제의 경험을 통해 한과 증오의 분출이 아닌 밝고 흥겨운 축제가 얼마나 좋은 것이며 필요한가를 수백 년 만에 비로소 피부로 확인했다는 얘기다. 사실이 그렇다면 월드컵 이후에 우리가 해야할 일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신성순(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