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힐수록 짭짤한 가치株 다시보자"




『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숨가쁜 질주를 거듭했다. 풍부한 유동성에다 경기가 바닥을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은 무려 40%나 올랐다. 이 기간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적립식펀드는 물론 정기예금까지 깨가며 현금을 마련, 직접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제 주가 단기 급등도 어느 정도 일단락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특정 테마에 속하면 무조건 주가가 오르는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동안 외면했던 펀더멘털이 우수한 저평가 종목, 즉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렌 버펏마저 한국 주식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면서 가치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경기도 미약하지만 추가적인 악화보다는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탓에 장기 투자가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까지 증시를 둘러싼 불안 요소들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앞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이전처럼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최근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개인장세가 앞으로는 기관을 중심으로 한 실적 장세로 변화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 '블루칩(Blue Chip)'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장기 투자자 관점에서는 지속적인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저평가 우량주나 이들 종목들로 구성된 가치주 펀드를 사둘 만한 적기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렌버핏은 "투자는 타이밍이 아닌 '가격'"이라고 강조한다. 주가의 등락을 예측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힘을 기울이기보다 똘똘한 저평가주를 비교적 싼 값에 매집해 충분히 묵혀두는 가치투자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 ● 꾸준한 성장성·현금보유 능력등 잘 살펴야
PER·PBR 낮으면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
현대重·신원등 꼽혀… 가치주펀드도 관심을
가치투자는 ‘묵은 지’를 담그는 것과 유사하다.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내 장기간 보유함으로써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 전략이다. 특히 최근의 주식시장처럼 코스피지수가 두 달 사이에 무려 40% 가량 급등한 후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시점에서는 더욱 주목을 끌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가치주는 주가수익배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을 가리킨다. 성장주에 비해 아직 주가가 오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고수익을 담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금확보가 기업가치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가치주의 범위에 현금 보유력 등도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저PERㆍ꾸준한 성장성 확보=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가치주의 공통점은 일단 앞으로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됨으로써 주가가 최대한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현대중공업은 눈여겨볼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현재 지난해 고점대비 40% 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신영증권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실적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오는 2010년에는 태양광 사업의 예상 매출이 1조원에 달하는 등 신재생에너지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치주로서 손색이 없는 종목인 셈이다. 올들어 주가가 급등한 엔씨소프트도 중장기적 투자를 위한 가치주로 평가된다. ‘아이온’ 등 신작게임의 성공으로 이미 진출한 중국에서의 매출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앞으로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진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강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PER와 PBR이 낮은 종목은 앞으로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경우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PER와 PBR이 낮은 종목은 눈여겨봐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신원이 이 같은 절대적인 저평가 종목군에 속하는 것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PER이 낮을 뿐더러 PBR도 조선업종 가운데 가장 낮아 노려볼만한 종목으로 손꼽힌다. 신원 역시 PER이 3.5배, PBR은 0.8배에 불과하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점이 현재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원은 경기가 침체기를 지나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내수부문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기업도 유망=가치투자는 대형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형주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고, 튼튼한 실적개선이 담보된다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종목들은 앞으로 3~4년을 내다보고 묵혀둘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이처럼 중소형주 가운데 가치투자에 나설만한 종목으로 케이프, 덕산하이메탈, 평산 등을 꼽았다. 이들은 머지않아 증시에서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프는 이미 세계 실린더라이너 시장의 25%을 장악해 2위에 올라섰으나 내년에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덕산하이메탈도 반도체 패키지용 소재인 솔더볼 분야에서 60% 이상의 국내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고,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도 글로벌 무선통신장비업체를 거래처로 확보해 올해 큰 폭의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데다 저(低)PER주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상당한 투자 메리트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현금보유력 능력도 새로운 잣대로 부상=저PER 메리트와 꾸준한 실적 성장, 견고한 지배력 이외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속에서 ‘현금보유’ 능력은 가치주의 또 다른 요소로 등장했다. 최근 들어 국내 경기지표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실물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업의 현금 흐름은 중요한 투자 잣대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현금흐름 추정치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일정 부분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느냐도 가치주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특히 경기침체시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금 유동성이 좋은 주식들이 가치주로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치주의 주요 잣대로는 시가총액이 상위 30% 이상인 종목 가운데 과거 3년간 ROE가 15% 이상이고 현금흐름이 상위 30%내에 포진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워렌버핏이 상용하는 가치주 선별 지표를 바탕으로 종목을 추출한 결과, 동원산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KT&G, 고려아연 등이 꼽혔다. ◇가치주펀드도 관심 가질 필요=가치투자에는 종목뿐 아니라 펀드상품도 해당된다. 가치주들을 중심으로 편입한 가치주펀드들이 대표적인 예다. 직접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데다 가치투자라는 투자의 정석을 모두 고려한다면 가치주펀드를 검토해 볼만하다. 펀드평가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5월 13일) 가치주펀드들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2년까지는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지만 3년 이상된 상품들은 6.34%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5년된 펀드들의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90%에 이른다. 2년 이상 수익률에서는 ‘신한BNPP Tops value 주식’이 16%의 수익률로 가장 높고 5년된 펀드들 가운데서는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A’가 171%의 수익률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장기가치투자의 대표적인 주식형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1호’ 역시 저PERㆍPBR, 고배당 기업의 절대적 내재가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투자컨설팅 연구소장은 “지금까지 개인이 좋아하는 테마형이나 중소형주의 주가 상승이 높았지만 앞으로는 증시가 제자리 매김을 하면서 실적이 좋은 종목들의 선전이 기대된다”며 “아직 증시주변에 불확실성이 조금 있지만 그만큼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우량주를 겨냥한 장기투자라면 지금 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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