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의 힘' 과시…이마트 독주 예고

업계 1위 신세계 "이젠 국내 보다 中사업 주력"
롯데마트등 2~4위 업체 M&A 후폭풍 불수도
자금 조달·법적 문제등 인수에 걸림돌 없을듯

22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신세계 월마트코리아 주식인수 계약식에서 구학서(오른쪽 두번째) 신세계 사장과 조 햇필 월마트 아시아담당 사장이 계약서를 교환하는 동안 정용진 부회장이 손뼉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토종의 힘' 과시…이마트 독주 예고 업계 1위 신세계 "이젠 국내 보다 中사업 주력"롯데마트등 2~4위 업체 M&A 후폭풍 불수도자금 조달·법적 문제등 인수에 걸림돌 없을듯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22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신세계 월마트코리아 주식인수 계약식에서 구학서(오른쪽 두번째) 신세계 사장과 조 햇필 월마트 아시아담당 사장이 계약서를 교환하는 동안 정용진 부회장이 손뼉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신세계의 월마트코리아 인수는 올해 유통개방 10년을 맞은 시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세계 2위인 프랑스계 할인점인 까르푸에 이어 세계 1위의 미국계 할인점 월마트마저 한국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토종할인점의 무서운 힘을 여실히 보여준 것. 국내 1위가 세계 1위를 누른 셈이다. 아울러 국내 할인점시장은 1위 업체인 이마트의 독주시대로 사실상 접어들었고 나머지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M&A 등 합종연횡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마트 독주시대 열렸다=이날 신세계가 월마트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신세계 주가는 6.6%나 급등했다. 반면 롯데는 4.6%나 급락했다. 그만큼 시장에서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를 환영한 것. 이처럼 신세계는 월마트 인수로 현재 할인점시장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마트는 전국에 79개 매장을 운영하며 경쟁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2위, 3위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점포 수는 각각 43개, 45개다. 특히 지난해 8조1,000억원의 매출과 5,3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이 역시 롯데마트(매출 3조3,000억원, 영업이익 901억원)와 홈플러스(매출 4조6,000억원, 영업이익 1,125억원)를 압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해 8,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업계 5위의 월마트를 인수하며 '슈퍼 골리앗'으로 성장했고, 특히 이마트의 영업노하우가 보태진다면 이마트는 무너뜨릴 수 없는 철옹성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한층 짙어졌다. 결국 신세계는 이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국내 시장에 힘을 덜 쏟는 대신 전세계 할인점 각축장인 중국 시장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할인점시장 M&A 후폭풍 오나=문제는 이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행보다. 눈앞에서 까르푸를 놓친 롯데마트는 이마트를 쫓아가기가 더욱 버거워졌고 영국에 본사를 둔 홈플러스 역시 한국에만 무작정 투자할 수 없는 처지다. 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 또한 할인점 노하우가 없는데다 기존 아웃렛 매장과 겹치는 부분도 상당해 이마트와의 경쟁은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지 확보 어려움 ▦점포 오픈 비용 상승 ▦지역 상인 반발 등으로 갈수록 신규점포 출점도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마트를 제외한 2~4위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서는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종연횡을 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지방 곳곳에 있는 중소 토착 할인점 이름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인수 소식을 전해들은 업계 관계자는 "사실 할인점 시장에서 장기전으로 가면 하위업체가 버티기는 쉽지 않다"며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로 이들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인수엔 문제점 없나=신세계는 이번 인수에 법적, 자금조달 등 제반 사항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두 업체를 합쳐도 전체 유통시장은 물론 할인점 시장에서도 비중이 70%를 넘지 않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금조달은 더욱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구학서 사장은 "신용만으로도 1조원을 차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특히 좋은 금리 조건에 차입(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다"며 "부채비율도 30%가량 증가한 170% 이하이며 부채 역시 2년 내 자체자금력으로 100% 상환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세금도 까르푸와 달리 부드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월마트가 소액의 양도세와 더불어 41억원가량의 증권거래세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월마트의 총투자액과 매각금액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양도세도 미미하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 이와 함께 종업원도 일부 임원급을 제외하면 100% 고용승계할 방침이다. 국내 소비자 '입맛' 따라잡기 실패월마트·까르푸 한국시장 철수 왜? 신세계가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소매유통업계 1, 2위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올해 모두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지난 90년대 '선진국형 유통업태'인 할인점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며 상륙했던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번번이 시장공략에 실패하고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월마트는 98년 7월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줄곧 업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했다. 지난해에는 7,287억원의 매출에 99억원의 적자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할 정도였다. 까르푸는 월마트보다 2년 먼저 한국시장에 들어왔지만 만년 4위 업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다 지난달 이랜드로 매각되면서 한국사업을 접었다. 월마트와 까르푸 당사자들은 "한국의 시장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햇필드 월마트 아시아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한국 시장의 환경상 향후 5년 내에 업계 2, 3위권 진입이 힘들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철수이유를 밝혔다. 필립 브로야니고 한국까르푸 사장 역시 지난달 28일 매각을 발표하면서 "각 국가별로 업계 3위 안에 진입하지 못하면 철수하는 것이 그룹의 전략이다. 솔직히 사업에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실패의 원인으로 공통적으로 지적한 '한국만의 시장특성'은 바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한국 소비자들은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가격이 저렴하기를 원하지만 인테리어나 서비스ㆍ품질 등은 오히려 고급스럽기를 바란다. 하지만 외국계 할인점들은 이 같은 특성에 맞춰 현지화하려는 노력보다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원칙'만을 고수했다. 진열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들을 박스째 쌓아놓거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판촉직원만 고용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한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토종 할인점들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겼고 단지 싸기만 한 외국계 할인점들은 한국진출 10년 남짓 만에 짐을 싸서 떠나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입력시간 : 2006/05/2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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