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한 A씨는 주치의가 학회 참석을 위해 해외로 나간다는 말을 듣고 다소 불안했다. 주치의가 없는 동안 자신의 상태를 잘 모르는 다른 의사가 치료를 맡게 되면 혹시라도 잘못된 처방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의 불안은 얼마 가지 않아 해소됐다. 병상에 설치된 스마트기기 덕분이었다. A씨는 태블릿PC를 통해 해외에 있는 주치의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듣고는 마음이 놓였다. 스마트기기의 편리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태블릿PC를 이용해 지방에 있는 친척과 화상면회를 하고 칫솔 등 세면도구를 주문했더니 병실까지 배달해줬다. 점심에 나올 식사메뉴도 미리 알 수 있다.
미래의 공상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첨단병원 서비스가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2시간 대기 5분 진료' 등 불친절의 대명사로 꼽혔던 병원이 친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태블릿PC를 비롯한 첨단 스마트기기가 자리잡고 있다.
예전의 병원 정보기술(IT) 서비스가 TV 시청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환자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오락적인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질병정보제공ㆍ의료상담ㆍ화상면회 등 병실 주치의 역할까지 가능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강북삼성병원은 병원 내 모든 병상에 태블릿PC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스마트 병실을 구축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존의 병원 내 IT 서비스와 다른 점은 자신의 질환과 복약 정보, 진료비 등 실질적으로 궁금한 점을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효순 강북삼성병원 정보전략실장은 "입원한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자기질병에 대한 정보를 동영상으로 자체 제작했으며 각종 검사 내용과 절차, 입원생활 안내, 진료비 내용, 퇴원시 투약정보 등도 제공한다"며 "병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줄이고 자신의 치료방법에 대한 이해를 높여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나 면회가 쉽지 않은 보호자들을 위한 화상면회 기능도 있다. 환자와 보호자는 상호 통화 가능한 아이디를 제공 받아 외부인과 통화할 수 있다. 국내 및 해외로 자리를 비운 의료진과의 대화도 가능하다. 입원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태블릿PC에서 사진을 보고 선택하면 편의점에서 직접 병실까지 배달해준다.
관절전문 힘찬병원도 태블릿PC를 활용해 수술과 퇴원 전에 이미지와 동영상 등으로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해주는 '힘찬 스마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분당서울대 병원도 지난달부터 스마트폰을 활용해 환자의 검사와 진료, 수납 장소 등을 자세히 안내해주는 '스마트 병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힘찬병원에서 무릎관절내시경 수술을 받은 김정자(56)씨는 "전문의가 태블릿PC로 현재의 무릎 상태와 치료 과정, 치료 사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줘 아픈 원인도 제대로 알게 됐고 치료에 대한 신뢰도 생겼다"고 말했다.
조수현 강북힘찬병원 진료부장은 "의사 중심의 병원이 환자 위주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환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대형 병원이 많이 생기면서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IT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