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성태 韓銀 총재에 거는 기대

이성태 한은 부총재가 어제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한은 총재로 지명됐다. 신임 이 총재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2년 선배여서 인선 전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왔지만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한은 맨으로 업무능력ㆍ조직내외부 신망 등 여러 면에서 강점을 갖고있어 총재가 될만한 사람이 됐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이 신임총재는 이달 말 임기 만료되는 박승 총재의 뒤를 이어 앞으로 4년간 한은과 통화신용정책을 이끌어가게 된다. 경기가 여전히 오랜 침체의 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값은 크게 오르는 등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의 정책방향과 역할이 특히 주목된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우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통화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읽고 상황에 걸 맞는 금리정책을 적기에 펼쳐가는 것이다. 그 동안의 금리정책에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지금의 부동산시장 불안에는 한은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상황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겠지만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침으로써 집값 상승을 부채질 했다는 것이다. 상황과 때에 맞는 정책을 위해서는 시장과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공식적인 지표 외에 많은 경제인들과 채널을 유지하면서 경제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했다는 점은 시사하는바 크다. 한은의 독립성 제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전반적인 여건변화와 전임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한은의 위상은 과거 ‘재경부 남대문출장소’라는 모욕적인 별명까지 들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박승 총재가 퇴임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과정도 쉽지않을 것이다. 정부ㆍ국회 등과 긴밀한 정책협의는 필요하겠지만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확고해야 시장의 신뢰도 높아지고 정책효과도 제대로 발휘된다. 이 신임총재가 신뢰 받는 중앙은행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그래야 경제도 탄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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