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비상등이 켜진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역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AI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보다 광범위한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실시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EU는 이날 식품및 수의학 전문가 회의를 열어 AI 발병이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지역에서 반경 10㎞ 이내까진 즉각 보호 및 감시지역을 설정하되, 추가로 보다 광범위한 '완충지대'(Buffer Zone) 설정 여부는 회원국 정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현재 EU는 AI 발생지역으로부터 반경 3㎞ 이내는 보호지역으로, 10㎞ 이내는 감시지역으로 정하고 있다. 이 지역내에서 가금류는 반드시 옥내에 수용돼야 하며, 계란을 포함한 모든 가금류의 거래가 금지된다. EU가 검토중인 완충지대는 AI 공포로부터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들 위험지역의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의 한 대변인은 완충지대는 한 마을에서 한 주 또는 지방 전체 등으로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완충지대의 설정은 AI 바이러스의 확산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가금육의 안전에 대해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필립 토드 EU 보건담당 대변인도 "유럽내 소비자들과 해외 교역 파트너들에게 EU가 AI 발생과 관련해 '안전지대' 설정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회의에서 역내에서 발견된 AI 감염 백조들이 흑해의 습지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으며, 아프리카에서 감염된 철새들이 곧 유럽에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에선 불가리아, 루마니아, 그리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치명적인 H5N1형 AI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며, 헝가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도 H5N1 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의 옥내 수용조치를 이미 실행하고 있다. 한편 EU 집행위는 AI 공포로 인해 가금육 가격이 떨어져도 관련 농가에 대한 EU 차원의 재정적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EU 법규에 따르면 광우병으로 인해 쇠고기 값이 30% 이상 떨어졌을 경우에만 보상을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