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에 이은 1보 전진이 될지 다음을 위한 2보 후퇴가 될지 모르지만, 이미 한국에서 2,3일 동안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 생각합니다."
신곡'젠틀맨'을 발표한 싸이(본명 박재상·36)가 13일 서울 성산동 월드컵경기장에서 5만명의 팬과 함께 콘서트'해프닝(HAPPENING)'을 열었다. 제작비 30억원이 투입된 이번 공연은 데뷔 13년 차에 접어든 싸이가 데뷔 이후 가진 가장 큰 무대다.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싸이는 신곡 발표까지 그간의 소회를 풀어냈다. 싸이는"주변에서 부담 갖지 말고 곡을 쓰라고 했지만 외려 그게 부담이었다. 세계에서 관심을 보여주니 음악에 힘을 주고 멋진 걸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며"(그러나)이럴 때일수록'나'다운 걸 찾자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이어"곡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잘 안다.'그냥 클럽 음악 아니냐'란 댓글도 봤는데 맞는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곡이고 선택이었다"고 했다. 싸이는'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히트곡이 하나뿐인 가수)가 될 것이란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다시 히트를 못해 해외 활동을 접는다고 해도'원 히트 원더'라 부르는 건 무리가 있다"며"한국에서 이 직업을 13년째 하고 있다. 내 주관과 취향, 감각이 느끼는 대로, 지금껏 해 왔던 그대로 꾸준히 새로운 걸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국 만큼 좋은 음악과 포인트를 많이 지닌 안무가 세계 시장에 드물다고 생각한다"며"굳이 새로운 창작물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노래와 춤을 재해석해 해외로 많이 가져가고, 이를 계기로 그 곡과 춤의 원작자가 조금이나마 조명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뒤로 하고, 오후 6시 50분께 공연'해프닝'의 막은 올랐다.
"12년 만에 맞이한 전성기를 어떻게든 이어보려 비겁하게 홈 그라운드로 돌아온 가수 싸이 입니다"라는 재치 있는 인사말과 함께 싸이는 무대 정 중앙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한국 뛰어!"를 외치며 Y자형 돌출 무대도 쉴 새 없이 휘저었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투애니원, 이하이 등 소속사(YG엔터테인먼트) 동료도 게스트로 한껏 열기를 고조시켰다. 공연이 무르익은 밤9시께 신곡'젠틀맨'의 뮤직비디오가 대중에 공개됐다.'신사'(젠틀맨)와는 거리가 먼 남자가 놀이터, 카페, 수영장, 포장마차, 헬스장, 마포 대교 등 온갖 장소에서 짓궂은 장난을 치며'나는 신사'라고 외치는 모습을 코믹하게 담았다.
절정에 다다른 공연은'강남스타일'에서 폭발했다. 5만명의 관객은'떼창'하며 흰색 야광봉을 흔들고 펄쩍펄쩍 뛰었다. 싸이는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팬들을 위해 직접 와이어에 몸을 매달고 하늘을 날며'낙원'과 '거위의 꿈'을 열창했다. 그는"이번 공연과 신곡을 준비하며'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란 말을 많이 했다. 가수의 신곡이 나온다고 할 때 이렇게 온 나라가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호평과 혹평이 갈리고 해외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쩌냐고 걱정해 주신 분들도 많지만 제가 언제부터 해외를 나갔나. 이렇게 공중에서 여러분의 함성과 사랑을 받고 있기에 망해도 상관없다"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홈 그라운드에서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열정을 머금은 싸이는 1주일간 국내에 머물다 미국으로 건너가 신곡'젠틀맨'으로 또 한번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