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침몰위기 국내파장

일본경제가 침몰위기에 처했지만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단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란 희망섞인 분석에 매달리고 있다. 정작 큰 문제인 일본경제 위기에 눈을 돌릴 여유조차 없는 분위기다. 일본 주가가 12년8개월만에 1만2,000대로 수직하락하며 심리적 패닉(공황)상태에 빠진 2일 재정경제부는 『별도의 대책은 없다』며 상황 분석을 미루고 있다. ◇일본에 대한 빚이 너무 많다= 우리 금융기관의 일본계 은행에 대한 공식적인 채무만 97년말 현재 202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1년에 두차례 집계하는 대외채권 현황에 따르면 일본 금융기관들은 한국금융기관들에 대해 총202억8,000만달러의 채권을 갖고있다. 우리 은행들이 갚아야 할 일본금융기관 자금이 그정도란 얘기다. 이는 8월말현재 국내금융기관의 대외채무 668억1,000만달러의 30% 수준이다. 금융기관 외채를 제외한 민간 기업들의 대(對)일본 채무도 무시할 수 없다. 8월말 현재 민간부문의 외채는 390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어느 나라에 얼마나 많은 채무가 있는지 정확히 가릴 수 없는 실정이지만 금융권 채무의 비율을 적용한다면 120억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누적된 부실과 주가폭락으로 위기에 처한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채권을 일제히 회수해갈 가능성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일본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한국에 대한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주기는 여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가치의 변동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 재경부는 2일 「최근 경제동향」자료를 통해 『미국 FRB의 금리인하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본으로 자본유입이 증대, 달러약세·엔화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엔화강세는 우리나라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는 엔화강세를 유지할 만큼 일본경제가 살아나고 금융부문의 부실을 신속히 떨어낼 때의 얘기다. 일본이 주가폭락과 연이은 기업도산으로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막연히 엔화강세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일본경제 회복이 지연되더라고 엔화가 달러당 150엔 이상의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엔화가치는 이미 지난달 21일 달러당 133엔이후 줄곧 하락, 2일엔 136엔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가 반영됐다면 떨어져야할 일이다. ◇대(對)일본 수출이 급감하고있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세계 어느지역보다 크게 감소하고있다. 9월중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4% 감소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수출은 17.6%나 감소, 아세안의 마이너스 16.5%나 중국의 마이너스 11.4%보다 컸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 대한 수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고있다. 그만큼 일본경제의 위축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또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의 58.2%인 450억3,600만달러가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중인 상황이다. 엔화강세가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즉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전반적으로 수출이 상당폭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상황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재경부는 세계경제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금리인하와 함께 일본의 적극적 경기부양과 금융부실문제의 조속한 해결, 중남미에 대한 금융지원등을 꼽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발(發) 세계공황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나빠지고 있는 세계경제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우리는 지난달 1차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등 금융부실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과 다르다』며 『앞으로도 내수부양과 신용경색해소, 구조조정 병행등 기존의 정책을 꾸준히 실행에 옮기는 길만이 세계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뾰족한 대응책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손동영 기자】 <<영*화 '네/고/시/에/이/터' 애/독/자/무/료/시/사/회 1,000명 초대(호암아트홀) 텔콤 ☎700-9001(77번코너)>>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