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후 전체 은행 중 처음으로 수신금리를 낮췄다. 영업일 수로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이틀 만이다. 국내 최다 개인 고객을 보유한 국민은행의 금리 인하로 눈치만 보던 여타 은행이 줄줄이 수신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 'KB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했다. 만기이자지급식 상품 기준으로 1년 이상 2년 미만 금리는 1.50%에서 1.40%로, 2년 이상 3년 미만 금리는 1.60%에서 1.50%로 각각 0.1%포인트씩 낮췄다. 금리 연동형 상품의 경우 1·2개월짜리 기간 상품이 0.90%에서 0.70%로, 3·4·5개월짜리 상품은 1.00%에서 0.80%로 0.20%포인트씩 인하했다.
국민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후 사실상 수신금리 인하의 첫 방아쇠를 당겼다는 점에서 타 은행도 금리 인하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예·적금 금리 인하를 단행할 예정인 NH농협은행은 기준금리 인하폭인 0.25%포인트를 상회하는 정도의 금리 인하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역시 이달 안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은 이날 예·적금 금리를 0.10~0.20%포인트가량 떨어뜨리는 등 지방은행 또한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수신금리 인하 경쟁으로 그나마 명목상 유지되던 2%대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은 이달 내로 자취를 감출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KDB 하이 정기예금'이 1년 만기 기준으로 2.05%의 금리를, 제주은행의 '사이버우대정기예금'이 3년 만기 기준으로 2.07%의 금리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정기 적금의 경우 3년 만기 상품을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e파워자유적금', 우리은행의 '우리사랑정기적금' 등이 2%가 넘는 금리를 제공 중이지만 이달 안에 1%대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보인다. 6개월 미만의 단기 예금 상품의 경우 1%대의 금리 제공 상품이 시장에서 씨가 마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금리 인하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2.00%로 떨어뜨렸을 때보다 한층 빠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시 시중은행은 열흘이 넘도록 수신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등 금융당국 및 소비자의 눈을 상당히 의식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 시절과 비교하면 은행이 수수료나 금리 문제와 관련해 이전보다 큰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 취임 후 시장 친화적인 금융 정책이 쏟아지는 것 또한 은행이 수신금리 인하에 빠르게 나설 수 있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은행이 낮은 이자를 제공하면서도 조달할 수 있는 '저원가성예금'이 늘고 있다는 점도 과감한 수신금리 인하의 배경 중 하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1월 574조1,529억원에서 4월 566조1,493억원으로 석 달 만에 8조원가량 줄었다. 정기적금 또한 같은 기간 38조375억원에서 36조9,700억원으로 크게 주는 등 금리 인하에 따라 저축성 예금 관련 이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반면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대폭 늘어나며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1월부터 넉 달간 4대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증가액은 23조원을 뛰어넘는 등 수신금리 인하가 여러모로 이득인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국민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6조5,591억원 늘어난 81조620억원을 기록했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6조원 이상 늘어난 69조7,495억원과 41조5,062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4조3,614억원 증가한 66조1,547억원을 기록하는 등 향후 금리 인상에 베팅한 대기성 자금이 은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