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경제회복/곽상경 고려대 교수(시론)

나라 전체가 대선열풍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게되는 등 점점 더 위기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예나 다름없어 보이나 외국의 전문기관이나 전문인이 보는 우리나라 경제의 심각성은 위험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위험한 상태를 지속하면 구제불능의 파탄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불안하기만 하다. 정치권은 중환자는 밀쳐 놓고 서로 잘 낫다고 삿대질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큰 일이 아닐 수 없다.지난 92년 대선때 경제논리는 사라지고 정치논리에 의해 검증된 적이 없는 정치9단이 후보로 당선되었다. 그때부터 경제를 위한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었다. 문민정부는 경제를 정치수단으로 이용, 경제는 정치논리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본래의 취지와 효과에 의해 실시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인기와 논리에 이용되는 수단이 되었다. 파탄에 이르는 경부고속전철사업도 경제논리에 의해 결판이 나야 할 것을 이리 밀고 저리 당기는 가운데 막대한 국가적 손실의 괴물이 되고 말았다. 경기순환, 국제관계, 기업의 생리, 경제적 잠재력, 정책기조의 효과와 방향 등에 대해 제대로 판단도 못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가 된다는 허풍만 늘어 놓아 기업의 팽창주의가 재무구조악화를 가져오고 이 약효는 연쇄부도를 유발했다. 연쇄부도는 금융위기, 외환위기, 증권시장위기, 국제신뢰도추락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게 했다. 이는 곧 경제에 대한 판단이 없어 정책기조가 없고 수습능력이 없어 속수무책의 과정이 되어 버리는 결과로 치달은 것이다. 오랫동안 애써 쌓아온 공든탑이 무너져 내리는 전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심하다 못해 분한 느낌이다. 현재도 상황은 유사하다. 위기에 직면한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있고 온갓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상황이다. 어떤 인물이 당선되어 이 경제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안타깝고 불안하기만 하다. 국민경제는 곧 국민의 경제활동이다. 국민의 경제활동이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지면 경제는 안정위에서 건전하게 발전할 것이고 국민의 경제활동이 부실하고 갈팡질팡하면 경제는 위기에 직면하며 과거에 발전되었던 것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국민의 경제활동이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지게 하려면 원칙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는 가운데 협력, 신뢰, 희망, 의지가 심어져야 한다.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어 실시되고 사람들이 안심하고 믿고 협력하고 노력해야 경제활동은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원칙을 지킨다고 약속해놓고 원칙을 깨고 제마음대로 행동하는 지도자는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지도자가 무엇을 해도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와 정책은 마이너스효과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경제활동은 상호신뢰와 희망에 의한 협력에 의해 효과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고 그 결과는 건전한 경제발전이 될 것이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믿음과 협력의 부족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배신과 거짓말, 속임수를 쓰는 지도자를 물리치고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며 공정한 경쟁을 하는 지도자를 제자리에 앉혀야 한다. 원칙을 지켜야 믿을 수 있고 믿을 수 있어야 어떠한 약속이나 정책을 따를 수 있다. 약속과 정책을 따라야 희망과 협력이 있을 수 있고 협력이 있어야 경제활동은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규칙을 위반한 후보는 당선이 되어도 일이 제대로 안될 것이고 경제는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 심각한 갈등과 분별이 난무하고 있다. 금융실명제 시비, 금융개혁법안 통과 여부, 각종사업의 차질과 조정, 법질서와 국민의식, 국제신뢰도 문제 등 많은 것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러한 흔들림을 진정시키고 제대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야 하고 신뢰가 회복되어야 공정경쟁에 의한 깨끗한 승복과 협조가 이루어져 현재의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 규칙위반에서 시작하면 규칙위반으로 일관되고 규칙위반이 이뤄지면 위기는 더욱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에 관한한 효율은 질서에서 나오고 발전은 효율에서 나온다. 격동의 시기에 직면할수록 원칙을 고수하는 믿을 수 있는 지도자와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믿음과 의지와 협력에 의한 경제회복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규칙위반의 수렁으로 빠져 경제회복의 길에서 멀어져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온 국민이 원칙을 고수해야 할 운명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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