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참사] 인근 건물 폭설로 무너졌는데… 지붕 148톤 눈 쌓여도 "나몰라라"

눈에 취약 '샌드위치 패널' 이미 울산서 경고음
리조트 최소 인원만 근무 … 市도 제설조치 외면
안전검사 대상서도 빠져 준공 후 6년동안 방치

대학생 9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는 안전불감증과 부실시공 등이 가져다준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조트 측과 관할 지방자치단체, 대학 측 등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예견된 참사라는 점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추정이 나오고 있지만 우선 리조트 측의 안전불감증이 최대 원인이라는 지적이 높다. 경주 지역은 이달 들어 20여년 만의 폭설로 누적 적설량이 50㎝를 넘어선 상태다.

이 정도 폭설이면 비닐하우스는 물론이고 웬만한 조립식 건물조차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쉽게 무너져 내린다.

실제로 인근 울산 지역에서는 최근 폭설 속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 건물들이 잇따라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는 사고 발생했다. 지난 울산 북구 효문동 한 자동차부품 업체의 공장 지붕이 폭설로 내려앉으면서 밤참을 먹고 휴식하던 근로자 이모(37)씨가 숨지고 박모(36)씨 등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울산 북구 농소동 모듈화산업로에 있는 자동차 협력업체 공장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공장 안에서 일하던 근로자 김모(19)군이 깔려 숨지기도 했다.

당시 울산 지역의 적설량은 약 16㎝로 이번에 사고가 난 경주 지역의 적설량(50㎝)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샌드위치 패널 가설건축물이 얼마나 하중에 취약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는 건축재료로 주로 임시 건물이나 창고 등의 건축에 쓰인다.

이처럼 폭설에 따른 건물붕괴 사고가 잇따랐지만 마우나오션리조트 측은 체육관 건물지붕에 수북하게 쌓여 있던 눈을 이번 폭설 속에서도 단 한 차례도 치우지 않은 채 장소를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눈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어서 일반 눈보다 무겁다. 눈이 1㎡에 50㎝가 쌓이면 무게가 150㎏이나 된다. 이번 사고가 난 리조트 강당의 바닥면적이 990㎡인 점을 감안하면 지붕 위에는 148톤의 눈이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마우나오션리조트는 골프장 2곳(회원제·퍼블릭 각 1곳)을 주로 운영하며 콘도는 부가 운영에 속한다. 올 1월부터는 골프장도 '동계 폐장' 상태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리조트 관리인력도 최소한의 인원만 근무 중이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경주시의 안일한 대처도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지자체인 울산 북구에서의 공장붕괴 사고 이후에도 동절기 안전 취약지역으로 분류된 마우나오션리조트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제설작업 등을 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곳이 사람들 이용이 많은 다중시설임을 감안하면 당연히 해야 할 조치를 외면한 셈이다.

이와 함께 붕괴된 건물의 부실시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강당은 외벽과 지붕을 철골 구조로 만든 뒤 주변을 샌드위치패널로 덧대는 일명 PEB공법(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으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벽과 기둥은 철제 H빔을 사용해 하중을 견디도록 하는 구조다. 하지만 사고가 난 건물은 체육관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건축물 중앙 부분 등에 기둥을 아예 설치하지 않도록 설계됐을 가능성이 크다. 강당 중앙 부분에 기둥이 몇 개만 더 설치됐더라도 버틸 수 있는 하중이 훨씬 더 늘어나 붕괴를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당 중앙 부분에 기둥이 몇 개만 더 설치됐더라도 버틸 수 있는 하중이 훨씬 더 늘어나 붕괴를 막았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이번에 사고가 난 리조트는 2009년 준공 이후 6년 동안 단 한 번도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규모가 작아 국토교통부의 안전검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1종 건축물(21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만㎡ 이상)과 2종 건축물(1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만㎡ 이상)만 안전검사 대상이다.

최근 들어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건축 기준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경주 지역은 평소 눈이 적게 온다는 이유로 건물을 지을 때 적설하중설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게 적용되고 있다. 경주 지역의 적설하중은 ㎡당 50㎏으로 인천(80㎏)은 물론 속초(200㎏)·강릉(300㎏) 등에 비해 훨씬 낮다. 결국 평소 적은 절설량에 안이하게 있다가 이번 폭설로 사고를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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