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구조조정과 과잉설비 해소가 수반되지 않는 경제 성장은 일시적 현상에 그쳐 다시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율(설비투자액/국내총생산액)은 97년 12.9%에서 98년 8.8%로 낮아졌다가 올해 1·4분기에는 10.6%로 높아져 다소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8.1%(98년), 영국 8.4%(98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경쟁국인 일본의 11.1%(97년)와 타이완의 11.2%(97년)에 근접하는 것이다.
한은은 2·4분기 중에는 우리나라 설비투자율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높아져 일본과 타이완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자산의 이용도를 나타내는 유형자산회전율(매출액/유형자산)은 9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약 2회에 머문 반면 일본은 3.5∼4.5회를 기록, 설비투자가 비효율적이고 유휴설비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설비투자 재원의 외부차입금 의존도 역시 우리나라가 90년대 들어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2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 97∼98년 설비투자 감소에도 과잉설비가 해소되지 않은 것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질적투자보다는 생산능력 확대를 겨냥한 양적투자에 치중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 항공기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과잉설비 폐기, 공장통폐합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 90년대 들어 설비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장기 확장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90∼92년 버블(거품경기) 붕괴 이후 유휴설비 등에 대한 구조조정보다는 가동률 조절, 기업간 인력재배치 등의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한 결과 장기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무엇보다 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잃은 유휴설비 및 비효율적인 설비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