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의 메인 테마'] 디자인경영, CEO가 나선다 경영능력 새기준 "디자인 감각"…김쌍수 부회장 대박 초콜릿폰 아이디어 제공최지성 사장은 보르도 TV 탄생에 산파 역할…삼성·LG "제품 개발때도 디자인부터 챙겨라"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디자인을 즐겨라." LG전자는 매년 역삼동 디자인센터에서 열려온 디자인성과보고대회를 지난해부터 '디자인페스티벌'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김쌍수 부회장이 "디자인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를 축제처럼 다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딱딱한 보고대회를 축제 개념의 페스티벌로 바꾼 것이다. 행사 분위기도 180도로 확 달라졌다. 김 부회장은 최근 열린 디자인페스티벌에 기존의 검정색 양복이 아닌 베이지색의 연미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축제분위기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생각해내려면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최고경영자(CEO)의 배려로 요즘 LG전자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잘나가고 있다. ◇CEO, 디자인 행보 가속=구본무 LG 회장은 최근 '디자인 경영' 선언 이후 역삼동 LG전자 디자인센터와 LG화학 인테리어디자인센터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때는 일주일 간격으로 방문하는 등 계열사의 디자인 현장을 직접 점검하면서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김 부회장 역시 "제품 개발 및 생산, 마케팅, 홍보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디자인 중심으로 진행하라"고 독려할 정도다. LG전자는 해외 유명 대학 및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와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한편 500명의 디자인 인력을 오는 2010년까지 7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07년 글로벌 디자인 톱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회장은 "슈퍼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며 핵심 디자이너 확보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삼성전자 CEO들은 디자인 경영에 더욱 열성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평소에도 "21세기는 디자인과 같은 소프트한 창의력이 기업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지론을 펼쳐왔다. 이 때문에 지난 90년대 중반에 벌써 디자이너 출신의 임원을 배출했고 지금은 최지성 디지털미디어(DM) 총괄 사장이 디자인경영센터의 수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는 CEO가 제품 개발과 동시에 디자인을 고민하라는 것과 함께 최 사장의 남다른 디자인 감각을 인정하는 풍토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경영능력의 새로운 기준 '디자인'=삼성전자 보르도 LCD TV와 LG전자 초콜릿폰의 공통점은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초콜릿폰은 유럽ㆍ북미 등 해외시장에서 출시 2개월 만에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고 보르도 TV는 60만대를 넘었다. 이들 제품의 또 다른 특징은 디자인 감각을 갖춘 CEO들의 아이디어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보르도 LCD TV 탄생의 산파는 최 사장이다. 평소 와인을 즐기는 최 사장이 와인잔을 형상화한 감성적인 디자인을 요구해 보르도가 탄생된 것.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해외 출장시 현지 주재원이나 바이어와 식사할 때, 기자간담회를 열 때 최 사장은 자주 와인을 추천한다"며 "최 사장이 보르도의 산파역을 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초콜릿폰은 김쌍수 부회장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휴대폰이 손안에 쏙 들어갈 수 있도록 50㏄ 부피로 만들어보세요." 김 부회장은 부피 50㏄가 보통 사람들이 한 손으로 편하게 잡을 수 있다는 데이터에 입각해 새 휴대폰을 만들 때 꼭 적용해보라고 지시했다. 디자인ㆍ기술ㆍ생산 파트 등 실무자들로 구성된 개발팀은 5개월 동안 밤낮없이 연구한 끝에 부피 '50㏄'는 아니지만 '80㏄'의 초슬림 휴대폰을 만들어냈다. 이 제품이 바로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초콜릿폰이다. 이처럼 디자인 감각을 갖춘 CEO들의 아이디어가 대박상품을 탄생시킬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면서 CEO의 덕목으로 경영능력, 해박한 기술지식과 함께 디자인 마인드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6/28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