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핵심 인사가 연내 2단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오는 9월과 12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만큼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시나리오로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자국 경기를 살리려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춰왔던 신흥국들은 투자자본 유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준 내 금리결정의 3인자로 평가되는 제롬 파월 이사는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연준의 연내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9월이 되자마자일 것"이라며 9월과 12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100%는 아니어도 50%는 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연내 두 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연내 금리동결이나 한 차례 인상 쪽에 좀 더 무게를 뒀던 최근 다른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보다 한층 매파적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금리인상 수준은 0.25%포인트라고 말해 기껏해야 한 차례만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파월 이사가 이처럼 보다 강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호전되는 미국 경기지표에 대한 낙관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세는 1·4분기 이후 한층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율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오를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특히 미국의 실업률이 예상보다 더 빨리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파월 이사의 설명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경제성장이 부진했던 것은 투자부진의 결과인데 투자 실적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곁들여졌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는 데는 시장 전문가들도 의견을 함께한다. 블룸버그의 시장 설문자료에 따르면 미국 개인소비지수 증가율만 해도 4월에는 전월 대비 0%에 머물렀으나 25일 발표될 예정인 5월 지수는 전월 대비 0.7%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금융기관들의 평균적인 전망이다.
미국의 대내 경기여건 호전과 더불어 대외 여건까지 개선된다면 연준 내 매파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마침 이달 말을 시한으로 진행되고 있는 그리스 구제금융협상이 최근 전향적으로 급진전됐으며 유럽에서도 주요국을 중심으로 경기호전의 기류가 감지돼 미국의 수출에는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감산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국제유가 약세를 유발하고 있는 것도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미국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연내 두 차례 금리인상론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금리선물옵션시장을 분석해 내놓은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전망치를 보면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행 0~0.25%에서 0.25~0.50%로 올릴 확률은 56.0%로 금리동결보다 다소 높았으나 12월에 기준금리가 0.50~0.75%까지 더 오를 확률은 17.9%에 그쳤다. 선물옵션 투자자들은 기껏해야 연준이 9월이나 12월 중 한 차례 금리를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셈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12월 이전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해당 보고서에서 "(12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중 7명이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0~1차례로 보는 것 같다"며 "해당 위원 중에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포함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흥국들은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 랠리를 벌여왔던 신흥국과 미국 간 금리격차가 좁아지면서 투자자금의 신흥국 이탈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라면 한층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WSJ가 분석보도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신흥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지난 1·4분기 중 약 3%(7조5,000억달러) 감소해 2,220억달러로 집계됐다. 물론 이 같은 총량은 신흥국들이 총 11개월치의 수입대금을 치를 만큼 아직 여유로운 수준이지만 개별국으로 들여다본다면 여건이 심상치 않은 나라들이 적지 않다. 특히 터키·남아프리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은 외환보유액이 대외단기외채를 충당하기에도 모자란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