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결권 제한 헌소 계기 법조계 거물급 인사들 대거영입…'기업압박 정면돌파 신호탄' 분석
입력 2005.06.30 18:35:44수정
2005.06.30 18:35:44
‘대기업 법무팀을 주목하라’.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규정에 대해 전격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올들어 거물급 법조인사의 영입을 통해 법무팀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새삼 관심을 쓸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이번 헌법소원 제기가 대기업들이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적 사안에 대한 사후수습 또는 사전예방 차원을 넘어 아예 적극적인 정면돌파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들어 잇따라 시행에 들어간 증권집단소송법과 공정거래법, 제조물책임법 등 기업을 압박하는 제도와 법률들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무팀의 기능이 과거와는 달리 분쟁의 소지를 막는 것 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쪽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번에 헌법소원을 위해 헌법재판관을 지낸 신창언 변호사(율경종합법률사무소)와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전에 내부적으로 치밀한 법률적 검토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내부 법무팀의 전문가들을 통해 국내외 법적용 사례 등 상당한 수준의 검토와 함께 법무법인 지정 등 제반 문제를 충분히 조율한 뒤 헌법소원을 냈다”고 말했다.
삼성의 법조인맥은 웬만한 로펌 부럽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쟁쟁하다. 지난해 과거 옷로비 등 굵직한 사건을 진두지휘한 이종왕 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사장급 실장으로 영입한데 이어 서정우 전 서울고검 검사, 김상균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성열우 전 대법원재판연구관 등 전직 판검사들을 잇따라 영입하는 등 법조인 출신 임원만 15명 안팎에 달한다.
LG그룹은 판사 출신인 김상헌 부사장이 ㈜LG 법무팀장을 맡고 있고 검사출신인 이종상 상무 등 8명이 팀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지난해 6월 사장직속기구로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김준호 전 서울고검 검사를 부사장급인 실장으로 선임했으며,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강선희 변호사 등이 포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이달 들어 검사장 출신의 김재기 변호사를 현대ㆍ기아차 총괄 법무실장(사장급)으로 영입하면서 법무팀 보강에 나섰으며, 한화그룹 역시 ㈜한화 소속 법무팀을 법무실로 확대 개편하면서 실장(부사장급)에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채정석 변호사를 영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수사를 담당했던 거물급 법조인까지 스카우트 하는 행태에 대해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과거처럼 외부 로펌을 활용하는 방식만으로는 기업경영의 환경변화를 따라가는데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삼성의 경우처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 주요 법률적 문제를 말 그대로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