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20일 교과부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오는 27일 이후에는 전국 학교 홈페이지에서 해당 학교의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교과부는 1월18일부터 2월20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559만명 전원을 대상으로 25억원을 들여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회수율이 약 25%에 머물렀고, 한 명도 응답하지 않은 학교가 143곳, 응답률이 10% 이하인 학교가 1,914곳에 달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응답률이 100%가 넘는 학교만 183개라는 점이다. 366.7%에 달하는 학교도 있었다. 우편으로 발송되는 설문지를 아예 받지 못한 학부모도 있었다.
후속 대책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피해 상황이 확인된 학교에 상담교사를 추가 파견하겠다'정도다. 통계 자료에 대한 기본적인 경향성조차 분석하지 않았다.
신뢰성 없는 자료는 교육현장에 불안만 고조시키는 꼴이 됐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불안하다"며 "아이를 날마다 쫓아다닐 수도 없고 당장에 이사를 할 수도 없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기자의 전화를 받은 한 학교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많은 편도 아닌데 왜 연락했냐"며 학교 평판이 나빠질지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 교육학 교수는 "표본조사로도 충분했다"고 지적한다. 전수 조사는 어떤 사람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지만 이번처럼 익명으로 비율만 조사할 거라면 1만명 정도만 표본 조사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폭력이란 의도성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악의적으로 괴롭힌 것을 지칭하지 일 년에 한두 번 놀린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괴롭힘을 한번이라도 당했다면 모두 피해자로 본 이번 조사 문항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은 위중하고 대책은 급하다. 그렇다고 교과부의 '낭비', '엉터리' 조사까지 정당화시키지는 않는다.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려면 더욱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