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수백명의 기업인들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 2005년 총리 취임 이후 일곱 번째 공식 방중으로 긴밀한 양국의 경제적 관계를 보여주는 일로 풀이된다.
6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 도착해 쓰촨성 서기와 면담한 메르켈 총리는 7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 만난 뒤 8일까지 중국에 머물 계획이다. 메르켈이 청두부터 찾은 것과 관련해 중국이 열을 올리고 있는 서부 대개발 상황을 돌아보고 독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이라고 외신들은 풀이했다. 쓰촨성은 이미 150개 독일 기업이 진출해 있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지멘스·폭스바겐·루프트한자·에어버스·도이체방크 등 독일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가들이 대거 동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현저히 높아져 메르켈 총리와 독일 재계가 중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대중수출은 2009년 이후 거의 두 배 늘어 지난해에는 670억유로에 달했다. 독일의 대중 무역액은 이미 미국을 넘어선 상태다.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는 "이번 방문에서 양국 간에 10개 정도의 합의서가 체결될 예정"이라며 "전기차 분야의 합작 등이 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메르켈 총리가 중국의 인권유린 문제나 소수민족 강압통치에 대해 입을 다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메르켈이 산업 스파이를 포함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꺼낼지는 여전히 주목된다. 한스 게오르그 마센 독일 연방정보보호청장은 얼마 전 독일 중소기업들이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 스파이들의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중이 중국의 '항일전쟁 돌입 기념일'인 '7·7사변(노구교(盧溝橋) 사건)' 77주년 기념일과 맞물려 있어 중일 역사분쟁과 관련해 그가 발언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독일은 중국 정부가 독일을 과거사 반성의 모범사례로 들며 일본을 비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