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많이 마시는 와인 가운데 ‘1865’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있다. 1865년에 설립된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의 하나인 산 페드로 와이너리(San Pedro Winery)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리제르바 까베르네쇼비뇽ㆍ말백ㆍ리제르바 쉬라ㆍ리제르바 까베르네 쇼비뇽ㆍ까르미네르 등이 있고,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전 세계에서 ‘1865’ 와인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국가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이다. 이름이 숫자로 되어 있어서 외우기 쉽다는 점도 한몫 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와인회사? 골퍼?) 이 와인에 붙여 놓은 각별한 의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와인은 ‘18홀을 65타에 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흔히들 ‘골프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8홀에 65타’는 꿈의 스코어이고 그래서 1865 와인이 골퍼들에게 행운의 상징이 된다는 이야기다. 각별한 노력 끝에 ‘1865’ 와인이 가져다 준 행운이 덧붙여져 ‘18홀에 65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한다면 너무도 기쁜 일인 반면 주위 사람들에게 한턱 내느라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지리라는 것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국가가 가져 가는 돈도 있으니 바로 세금이다. 국내 골프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1인 1회의 골프장 입장 행위에 대하여 19,200원의 개별소비세가 매겨지고 개별소비세액의 30%(즉, 19,200원×0.3=5,760원)에 해당하는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도 부과된다. 그리고 입장료(그린피+개별소비세+교육세+농어촌특별세)의 10%만큼 부가가치세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체육진흥기금을 빼고 21만원을 내고 들어가는 골프장이라면 원래의 그린피는 16만189원이고, 여기에 총 4만9,811원(개별소비세 1만9,200원+교육세 5,760원+농어촌특별세 5,760원+부가가치세 1만9,091원)의 세금이 포함되어 있는 셈이 된다. 만약 ‘18홀에 65타’라는 스코어를 달성했다면 1타당 약 766원의 세금을 내는 꼴이다. 더구나 골프장에서 마시는 와인에도 많은 세금이 녹아 있다. 적지 않은 돈임에 틀림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치면서 세금을 낸다는 의식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세금이 많고 대표적인 것이 앞서 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 간접세이다. 그러나 소비에 대하여 부과되는 세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 부담을 잊어버리곤 한다. 직접 납세의무자가 되어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은 부담을 잘 느끼지 못한다. 상점에서 와인 1병을 사면서 ‘내가 세금 덩어리를 사는구나’라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국가의 입장에서는 징수의 편의를 위하여 소득에 대한 과세보다는 소비에 대한 과세를 늘이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즈음 EU에서는 18% 내지 20%의 높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세금들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금액만큼 부담이 된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축소되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고, 반대로 다소 역진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세수를 이용하여 적극적인 재분배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 결과는 매우 강력한 재분배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세법만큼 ‘사람의 삶의 온갖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법은 없다’는 미국대법원 판결(Dobson v. Corm)의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