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윤호진 15년만에 연극 무대로

아서 밀러의 희곡 '시련' 연출
내달 11~29일 예술의전당서 선봬



뮤지컬 '명성황후'의 연출가 겸 제작자인 윤호진(59)이 15년 만에 아서 밀러의 희곡 '시련(The Crucible)'을 들고 친정 무대인 연극으로 돌아온다. 4월 11~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연극 '시련'은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그의 희곡 가운데 널리 알려진 '세일즈맨의 죽음'과 함께 그에게 극작가로서 명성을 안겨준 연극이다. 시련은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실제로 있었던 '마녀 재판'을 소재로 2차 대전 직후 미국 전역에 몰아쳤던 이른바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 '매카시즘'의 광기와 개인의 인권 유린을 비판한 연극. 1953년 뉴욕 브로드웨이 마틴벡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그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함께 전 세계에서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세일럼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어린 소녀들이 악령을 부르는 놀이를 하다 마을 목사에게 발각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마을에서는 악령의 근원을 찾는 무차별적인 재판과 심문이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마녀 색출이라는 명분으로 평소 원한을 갖고 있던 사람들을 고발하고 마녀로 몰아 세우는 집단적인 광기에 빠진다. 모두 세시간 동안 공연되는 대작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는 연기는 물론 적지 않은 체력 부담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역인 존 프락터 역할은 최근 TV 사극 드라마 '대조영'에서 검모장 역할을 했던 김명수가, 여주인공 아비게일 윌리엄즈는 연극 격정만리와 마리화나 등에 출연했던 이승비가 맡는다. 예술의전당이 선보이는 토월정통 연극 시리즈 여덟번째 작품이기도 한 시련은 사실 윤호진이 지난 70년대 말 무대에 한 차례 올리려고 했던 연극이기도 하다. 1977년 양심수를 소재로 한 연극 '아일랜드'의 대 성공 이후 2년뒤인 1979년 유신 치하의 인권 유린을 고발하기 위해 '시련' 공연을 준비했다. 이정길, 최형인 등의 배역까지 모두 정해졌지만 무대에 올리기 직전 10ㆍ26사건이 일어나고 다시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연이 무산됐다. 윤호진은 92년 '신의 아그네스'를 끝으로 연극 무대를 떠나 '명성황후''아가씨와 건달들' 등 뮤지컬 제작에 나서며 뮤지컬계의 큰 형 역할을 해왔다. 그는 "최근 뮤지컬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어찌 보면 제 자신이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인 것 같다"며 "뮤지컬로 이젠 어느정도 수익을 냈으니 앞으로는 한 해에 한 작품씩 연극을 연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련이 끝나면 내년에는 카프카의 심판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1만5,000~3만5,000원(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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