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대선후보 연대 추진

합당은 지역정서등 이유 사실상 불가능에
양당 고위층, 후보간 비합당 공조 움직임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연합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양당 고위층이 합당이 아닌 대선 후보간 연대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민주당과의 ‘채널’ 역할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2일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민주당과의 합당은 우리 대선주자간 이해, 지역 정서 등 복합적인 이유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양쪽 대선 후보가 결정된 뒤 대통령 선거에서 공조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사를 보더라도 당대 당 대선 연대는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며 “어느 한 쪽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거나 선출된 후보가 지지율이 낮은 경우 양당의 대선 공조는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중진과 접촉한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도 이에 대해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우리 당의 지지자들이 그에 따라와주느냐가 공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통합론이 대선을 겨냥한 정계개편 맥락에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구상이어서 주목된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과의 공조에 대해 “현실적인 문제로 닥쳤을 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길을 열어뒀다. 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2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양당이 합쳐질 수 있다면 국민 통합에 바람직하다”고 거론했다. 합당하지 않고 대선에서 공조하겠다는 구상은 불가능한 논의를 현실적 차원으로 바꾸자는 시도로 풀이된다. 97년 대선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즉 ‘DJP 연합’이 ‘비합당 대선 공조’의 대표적 예다.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지지율과 의석에서 우위였던 민주당이 대선 후보 자리를 가져갔고 자민련이 총리직과 정권의 일정 지분을 보장받는 형태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선 후보간 연대 또는 후보 단일화 등에 성공할 경우 내년 대선에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선 영호남 지역 화합과 보수세력 단일화라는 명분을 쥘 수 있을 뿐더러 외연 확대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기 때문. 이 경우 열린우리당의 반격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수구 보수’와 연대하는 정당으로 몰아붙이면서 보혁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는 게 열린우리당의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이 “민주당이 정치적 매춘을 하고 있다”고 공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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