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뱅크런 가속화

지방정부 재정난 심화ㆍ은행 재정악화로 전면 구제금융 가능성 우려

은행권 부실과 지방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페인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결국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텔레그라프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에 스페인의 민간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규모가 740억유로에 달해 전달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고 28일 보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 9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로 인해 스페인 은행들의 전체 예금은 1조 5,090억유로로 전달에 비해 5% 줄었으며, 1년 전에 비해서는 10.9%나 줄어들었다. 앞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에서도 은행 파산에 대한 우려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7월은 납세 기간이고 휴가 시즌이라 예금 인출이 많은 편이라 자료가 왜곡되었다”며 뱅크런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텔레그라프는 7월 한달 동안 사라진 스페인 은행들의 예금 규모가 7월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는 금액이라며 심각성을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와 2010년 스페인 은행권의 예금은 전달에 비해 각각 1.5%와 1.3% 줄어드는데 그쳤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줄리앙 칼로우 이코노미스트도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7월에 650억 유로 정도의 뱅크런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뱅크런은 은행 자산 축소와 기업 대출 감소 등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취약한 스페인 경제도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르난도 히메네즈 라토레 스페인 재무차관은 “스페인이 폭풍의 눈의 한 가운데 서 있다”며 올 하반기 최악의 경기 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8일 스페인 최대 자치지역인 까탈루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50억유로 규모의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등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나오는 다음 달 중순 이후 구제금융 신청액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은행권의 전체 예금이 1,594억유로로 전달보다 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지난 5월 중순 이후 시작됐던 뱅크런 사태가 일단 진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 예금규모는 2009년 12월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른 재정위기국인 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 등에서도 뱅크런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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