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집 밖 세상은 행복할까

■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집안의 남자' 재활 과정서 겪는 선입견·사회문제 유쾌하게 그려
작가 '은둔형 외톨이' 경력도 눈길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공연장면.

20년째 자기 방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사는 남자가 있다. '지금 뭐 하고 있느냐'는 출장 상담사에게 이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는 말한다. "세상과 어우러지는 연습 중입니다."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는 히키코모리 경력 20년, 8년의 사이토 카즈오와 스즈키 타로, 그리고 8년 히키코모리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히키코모리 출장 상담사 조수'로 활동하는 모리타 토미오의 만남을 중심으로 '멀쩡하다는 것'은 무엇인지, '집 밖 세상은 과연 행복한지'에 대해 묻는다.

이 작품은 정상과 비정상을 딱히 구분하지 않는다. 박학다식에 사교성까지 갖춘 카즈오와 부끄러움 많은 토미오의 대화를 보고 있노라면 누가 상담사고 누가 히키코모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타로를 히키코모리 재활 기숙사로 보낸 엄마는 무엇이든 제 탓만 하며 타로를 꽉 막힌 집안에 가두는 존재다. 타로의 아버지 역시 회사에서 내쳐진 뒤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밖으로 도는 가엾은 인물이다. 공원을 배회하던 타로의 아빠는 절규한다. "왜 나만 밖을 헤매는 거지?" 이 작품이 '밖은 행복하고 안은 불행하기만 한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다.

'히키코모리의 치유'라는, 모두가 기대하던 방향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예상 못 한 사건으로 객석에 충격을 안긴다. 밖으로 나오는 것만이 치유라고 밀어붙인 우리의 처방이 과연 옳았을까. 묵직한 주제는 전혀 무겁지 않게, 오히려 유쾌하게 무대 위에 드러난다. 그래서 결말이 주는 충격의 강도가 더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쓰레기 더미에서 '세상과 어우러지는 연습 중'이라던 카즈오는 '좀 더 쉽게 어우러지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는 상담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마 그건 불가능할 거에요.' 쓰레기 안에 온전히 구축한 나만의 세상, 쓰레기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 없는 집 밖의 세상.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대 위 조명이 꺼진 후에도 수많은 질문과 잔상을 한참 동안 떨쳐낼 수 없다. 4년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적이 있는 작가(이와이 히데토)의 실감 나는 글 위로 시종일관 차분한 배우들의 연기가 내려앉아 덤덤한, 그래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내뿜는다. 6월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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