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전시회 계기로 인형문화 확산될 것"

■ 김광수 아이피규어 대표


국내 최대 피겨 동호회인 ‘아이피규어’(ifigure.co.kr)는 이번 세계인형축제에 밀리터리, 영화, 개인 작품 등 테마별로 400점이 넘는 피겨 작품을 전시한다. 작품을 돈으로 따지기는 적절치 않지만, 최소 수억원대의 인형을 전시한다. 순수 동호회 차원의 출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동호회는 피겨 동호인들의 모임이자 시샵 김광수(35) 씨의 사업체이기도 하다. 김 씨는 동호회의 대표 운영자이자 피겨 인형을 수입, 판매하는 사업체의 대표자인데, 그가 피겨 인형을 업으로 삼은 사연이 재미있다. “무역업에 종사할 때 해외 출장을 다니다 피겨 문화가 대단한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소일거리로 수입, 판매를 해보라고 권했는데 매출액이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 달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합류했죠.” 2001년 처음 시작한 ‘아이피규어’의 회원은 현재 1만5,000명 정도. 피겨 동호인 중에는 남성이 많기 때문에 회원 성비는 남ㆍ녀 8대2 정도다. 초창기부터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으며 디자인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특징적인 것은 동호회원 가운데 프로 작가로 전향한 이도 10명 이상 된다는 점. 영화 ‘태풍’에서 특수 군사 장비 세트를 미니어처로 제작한 사람도 회원 중 한 사람이다. 사진상으로는 ‘가짜’ 티가 안 나는 정교한 연출이 가능한 피겨는 영화에서 특히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전시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백화점 등에서 소규모 전시 요청이 많았으나 작품 관리 등 문제 때문에 잘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본격 전시를 위해 작품 관리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입문자의 경우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접할 수 있던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이런 대규모 인형전시가 열리면 애호가들이 티켓을 구하려고 밤을 새우는데 한국에서도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인형 문화가 폭넓게 소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인형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꽤 큰 가치가 있다. 한국인 특유의 ‘손기술’ 때문이다. 구체관절인형의 경우 국내 20여 개 제조사가 전세계 시장의 메이저 업체로 통하며 연간 100억 원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피겨의 경우는 일본제가 최고지만 뛰어난 국내 작가가 속속 데뷔하면서 산업화되는 단계다. 김 대표도 현재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피겨로 주문 생산하는 아이템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형 작가들에게는 발표의 장인 동시에, 애호가에게는 즐거운 볼거리가 넘치는 무대”라고 이번 전시를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인형이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취미생활이라는 인식이 커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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