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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에버랜드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최근 지난해보다 열흘 가량 앞당겨 전체 매장에 반팔·민소매 등 이너(내피) 상품과 반바지 등을 배치했다. 이상 기후로 봄이 실종되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자 트렌치코트나 외투 등 이맘 때 중점적으로 팔던 봄 상품 상당수를 철수시키고, 여름 제품을 10∼15% 추가 공급해 매장을 채운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캐주얼브랜드 바이크리페어샵도 지난달말부터 일찌감치 반팔 티셔츠를 매장 전면에 내세웠다. 반바지 물량도 전년보다 50%나 늘렸다.
패션업계가 벌써 여름 전쟁에 나섰다. SS시즌이 Spring(봄)·Summer (여름) 시즌이 아닌 '투 써머'(Summer Summer·두 번의 여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봄 시장은 점차 실종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원의 여성브랜드 이사베이는 여름 대표 아이템인 원피스 물량을 지난해보다 2.5배나 늘렸다. 자켓은 여름까지 입을 수 있는 홑겹 재질로 만들어 팔고 있다. 이연희 이사베이 디자인 실장은 "올해 봄 상품 물량을 예년보다 30% 정도 줄였다"며 "지난 2∼3년 전부터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어 봄 전용 상품들을 최소화하고 봄과 여름철 모두 입을 수 있는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의류 한섬은 예년보다 2∼3주 빨리 여름 상품을 출시하고 린넨(Linen), 마 소재를 전년보다 10% 늘려 생산키로 했다.
패션 전문점 웰메이드의 남성 캐주얼 인디안도 여름 시즌 상품을 대폭 확대했다. 점포당 공급량을 예년보다 20% 이상 늘렸고, 기능성 냉감(冷感)소재의 한여름 제품 구성도 별도로 마련했다. 린넨, 시어서커(Seersucker·까슬까슬한 촉감의 원단) 등 여름 원단을 사용한 제품도 크게 늘렸다.
LF(옛 LG패션)는 자체 개발한 QR(Quick Response·반응생산) 시스템을 적용해 기후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QR은 매 시즌 시작 전 기상청 날씨 정보시스템에서 정보를 받아 자체 분석한 최근 몇 년간의 기후 동향과 비교해 이에 알맞도록 초기 생산 물량을 조율하거나 그 때 날씨에 적합한 제품군을 내놓는 시스템이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3년 전 이맘때 45:55였던 봄· 여름 상품 비중을 올해는 35:65로 대폭 변화를 줬다.
패션업계의 이른 여름맞이에 맞춰 주요 백화점 역시 봄 정기 세일에 여름 상품을 대거 배치하고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세일에 여름 상품 구성비를 지난해 40%에서 60%로 확대했다. 특히 원피스, 블라우스 등 여름용 여성의류는 30%, 남성 반팔 셔츠는 40% 이상 늘렸다. 정윤석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는 "봄부터 시작된 고온 현상으로 여름 상품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매출도 10% 증가했다"며 "이번 세일기간엔 여름 옷을 40% 이상 늘려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이번 주말부터 '얼리 서머'를 테마로 여름 상품 비중을 30%이상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