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팝아트가 있다면 유럽에는 ‘누보팝(Les Nouveaux Pop)’이 있다. 1950년대 등장한 팝아트가 캠벨수프 캔이나 합성세제 브릴로 박스 등 기성품의 형태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만화ㆍ광고 등 대중매체를 통해 소비사회를 직접적으로 풍자했다면, 누보팝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한 사색적인 주제와 은근한 풍자로 현대사회를 바라본다는 것이 가장 차이점이다. 프랑스 미술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팝아트와 누보팝을 비교하며 “무작정 자신의 근본과 체험을 상업적으로 포장하기 보다 각자의 경험을 풍자적이고 통속적으로 표현하지만 인간적인 따뜻함, 즉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팝아트와의 구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보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올림픽 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슈퍼마켓이나 약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소비문명 사회를 꼬집는 필립 후아트(스페인), 마네킹 같은 인물을 그려 현대인의 몰개성을 풍자한 실비 파주프로우스카(프랑스),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콘돔이나 풍선ㆍ사탕을 소재로 달콤한 그림을 그리는 샤오판(중국) 등 출신국가는 다르지만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 10여명의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같은 제목으로 지난해 봄 파리 빌라 타마리스에서 열려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02)425-1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