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광장’은 나의 문학적 경사가 아니라 역사의 증언이자 실감으로 가득 채운 감각의 기록입니다.” 지난 1960년 군인의 신분으로 소설 ‘광장’을 발표하면서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작가 최인훈(72ㆍ사진)씨는 19일 신판 전집 출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내년이면 등단 50년이 되는 그는 “당시는 역사가 큰 조명등으로 환하게 비춰 좀 부족한 사람이라도 일급 역사관이 갑자기 떠오르던 시대”라며 “나의 문학적 재능이라기보다 4ㆍ19가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함북 회령 출신으로 한국전쟁이 터지자 남한으로 내려온 그는 남북한 양대 이데올로기의 틈새에서 부딪치며 세계를 인식하고자 끊임없이 사투를 벌여왔다. 소설의 소재이자 한국 근대사의 일대 사건인 4ㆍ19 혁명은 그에게 3ㆍ1 만세운동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2대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된다. 그는 “10년간 일제의 억압을 받아온 조선 사람들이 자기 처지를 알리기 위해 거리로 뛰어 나온 것이 3ㆍ1 만세운동이라면 4ㆍ19 혁명은 남한정부 건국 이후 초대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사가 한꺼번에 터져나온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화정 정권의 정통성이 헌법과 국민 그리고 선거를 통해 나온다는 대전제를 무시한 정부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인간적 위신을 세우기 위해 나선 자랑스러운 사건”이라며 “북쪽이 4ㆍ19와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은 역사적 슬픔이자 그들 영혼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신판 전집에는 ‘광장’, 전망 어두운 시대의 존재론적 고뇌를 그린 ‘회색인(1963)’ 등 초기 작품을 비롯해 소련의 붕괴를 소재로 한 ‘화두(1994)’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을 15권에 망라했다. 대표작은 그가 다시 손을 봤다. 그는 “당시 소설을 쓸 때는 역사를 증언하는 데도 숨가쁠 정도였는데 신판에서는 글을 다시 다듬고 내용을 고쳐왔다”며 “10여년 만에 나오는 이번 신판은 문학성을 보강하고 현재적인 의미를 가미해 한 글자라도 좋은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보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2001년 서울 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그는 여전히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소설집 한 권을 낼 만큼의 원고가 있지만 아직 다듬을 데가 많다”며 “그동안 역사라는 엄처시하 아래에서 글을 써왔는데 이번 책은 심미안적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