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한국 사위'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韓경제, 신흥국 중 펀더멘털 가장 탄탄"
외환위기 후 금융 투명성 높이고 공기업 부채관리로 안정성 개선
中 경기둔화 여파 크진 않을 것… 조속한 금융 규제 완화는 '숙제'


토머스 번(사진) 코리아소사이어티 신임 회장은 3일(현지시간) “중국의 경기둔화에도 한국은 신흥국 가운데 펀더멘털이 가장 탄탄하고 기업과 금융 분야의 투명성이 높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뉴욕특파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신흥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체질을 성공적으로 개선시킨 국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권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기업들도 지배구조를 개선하면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공기업 부채관리 문제를 인식하고 점진적이나마 문제 해결에 나선 것도 장기적으로 시스템 안정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번 신임 회장은 지난 6월 외교관이 아닌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최근까지 무디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 월가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며 부인이 한국인이다.

다만 그는 “한국 경제의 수출 비중이 높아 중국 경기둔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글로벌 성장 둔화로 한국 수출이 약해지고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LG와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금융 분야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금융 규제 완화를 ‘숙제’로 꼽았다. 아울러 중국에 대해서는 “국영기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꽤 많은 기여를 하는데도 제대로 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투명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임 회장으로서 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미 양국간 관계 증진과 한국의 국가적 지위를 높이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살려 양국간 기업과 금융부문 협력을 강화하고 포럼 등 각종 행사를 통해 양국간 네트워크를 넓히고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은 양국 비즈니스와 금융 교류의 중심지고, 정치적으로도 유엔을 통해 협력할 부분이 많다”며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등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문화 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번 회장은 1976∼79년 미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경남 창원과 충북 청주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했다. 당시 보건사회부, 대한결핵협회와 함께 질병 통제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무디스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부인이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근다”며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게 됐을 때 매우 기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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