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은행 살아남으려면 수수료 이익 비중이 30% 넘어야



지나친 예대마진 의존으로 10% 불과… 美·유럽 등은 30~40% 달해

펀드·방카 판매대행 벗어나 외환·파생상품 창조적 서비스 개발 필요

금융당국도 징벌 아닌 컨설팅 관점으로 업계와 상생구조 만들어야


"은행들이 저금리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수료가 현실화돼 이익 비중이 30% 이상으로 늘어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창조적인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고 금융당국 또한 수수료와 관련해 은행에 자율권을 확대해줘야 합니다." 하영구(사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 회장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고심하고 있는 은행들이 수수료 체제 개편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들의 영업이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해 지나치게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36.9%), 일본(27.5%), 유럽(30~40%) 등 주요 선진국 은행들은 관련 비중이 우리의 3~4배가량 된다. 하 회장은 "은행들은 펀드나 방카슈랑스 판매 등에 기반한 업무대행 중심의 수수료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외환·파생상품, 투자은행(IB) 및 자산관리 등의 업무를 확대하고 수수료를 현실화해 수수료 이익 비중을 30%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IB 등에 집중하며 수익 다각화를 노리고 있지만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고객들이 은행의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을 고려, 서비스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 회장은 "은행들이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여 수수료 현실화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불만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또한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수료 현황 분석, 해외 사례 조사 등을 통해 수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며 "금융당국 또한 업무영역 제한을 완화해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수료 수익 기반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는 등 수수료와 관련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 회장은 은행들의 또 다른 활로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제시했다. 국내 은행들은 중국·일본을 비롯해 동남아·북미·유럽 등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해외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하 회장의 생각이다.

하 회장은 "국내 은행의 총자산수익률(ROA)은 지난해 0.32%를 기록하며 직전 해의 0.21%에 비해 다소 나아졌지만 최근 10년간의 평균치인 0.65%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또한 지난해 4.19%를 기록해 2013년의 2.69%를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반면 동남아를 비롯해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려는 해외 시장의 은행 ROA는 1%를 상회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에서 해외에서의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관련 비중이 10.2%에 불과한데다 기업의 국제화를 나타내는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초국적화지수'는 5.2%에 그치고 있다.

반면 일본의 3대 은행그룹인 미쓰비시UFJ(35.7%)와 미즈호(27.3%), 미쓰이스미토모(25.0%)는 해외에서 올리는 당기순이익 비중이 국내 은행의 3배가량 된다. 초국적화지수 또한 HSBC(64.7%), 씨티은행(43.7%), 미쓰비시UFJ(28.7%)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해외 지점이 162개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 비해 34개 늘어난 것이 위안이다.

하 회장은 해외 진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핵심역량을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중장기 계획 수립 및 현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은행이 해외 진출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방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현재 국내 은행 해외 점포의 66%가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있는 등 쏠림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서 소매금융에 특화된 은행조차 해외에서 기업금융을 할 만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문제"라며 "앞으로는 각행 실정에 맞는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역량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등 차별성을 추구해야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지화를 위한 상세한 조언도 덧붙였다. 하 회장은 지난 10년간 한국씨티은행장으로 일하며 현지화 부문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현지에서 우수 인력을 채용해 그 지역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현지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은행 부문은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여신전문회사나 신용카드사가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갖가지 규제로 신음하고 있는 회원사들을 대표해 금융당국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조령모개(朝令暮改) 식 관리감독은 은행들에 혼란을 주기 때문에 일관된 감독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하 회장은 "감독당국이 규제를 도입하고 적용할 때 명료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원칙을 일관되게 지킴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합리성이 결여된 정치적 규제를 배제함과 동시에 구두지시나 행정지도 등 비명시적 규제를 줄이고 명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운신의 폭이 넓은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해 은행 자율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 회장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해 시장의 혼란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감독이나 검사담당자가 바뀌어도 동일한 판단과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이 징벌이 아닌 컨설팅의 관점으로 업계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금융감독원이 모든 사안을 직접 검사할 것이 아니라 각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검사 등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고 이를 점검하는 식으로 감독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일례로 현재 제재 관행을 보면 조서나 검사에서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면 행위자 개인에 대해 자백서와 비슷한 형식으로 확인서나 문답서를 받고 관련 징계수위를 감독당국이 일일이 정하고 있는데 이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무엇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회사의 수수료나 금리 결정 등과 관련해 자율성 원칙을 보장하고 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 회장은 "임 위원장이 내정자 신분 당시에 은행산업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무엇보다 현장에 계셨던 분이기 때문에 업계가 가려워하는 부분이 어딘지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이 취임한 지 넉 달이 다돼가지만 일각에서는 기술금융 등의 이슈에서 아직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각 사안별로 유연하게 대처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회원사은행과 금융당국 중간에서 양방향으로 소통하고 은행의 이익을 반영하면서도 정책에 필요한 부분들을 잘 조화시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기술금융의 경우 추진속도가 다소 빠른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은행권에서도 기술금융의 취지를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은행장 시절과 비교해 금융업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은행권 전체를 기준으로 당국과 금융사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정책당국과 은행산업과 관련한 주요 문제를 논의할 대화의 장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하 회장은 취임 후 갖가지 공식 행사에 참석해 은행 사업자들의 고충을 알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 회장은 "아내가 요즘 나에게 '예전에는 씨티은행에 매달려 사는 씨티 며느리였는데 이제는 온 동네 일을 다 챙기는 동네 며느리가 됐다'는 핀잔을 준다"며 웃었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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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전남 광양 △1972년 경기고 졸업 △1976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81년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졸업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입행 △1986년 한국자금담당 총괄이사 △1998년 한국소비자금융그룹 대표 △2001년 한미은행장 △2004년 한국씨티은행장 △2010년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2014년~ 전국은행연합회장



"핀테크는 도전 아닌 기회… 인터넷은행 도입 망설일 필요 없어"


"엄청난 고객수 핵심동력 될 것"


요즘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핀테크(fintech)다. 첨단기술과 금융의 융합으로 신규 시장창출은 물론 기존 금융 서비스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은행장만 14년 동안 해온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핀테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세간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과 '국내 금융사에 둘도 없는 기회'라는 긍정적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하 회장은 핀테크가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핀테크는 '도전이자 기회'라고 밝혔지만 지금 보면 국내 은행들에 '기회'라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며 "핀테크를 통해 금융 부문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으며 전자상거래(e-commerce), 전자결제(e-payment), 전자금융(e-finance)이라는 세 가지가 잘 조합되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금융사가 갖고 있는 엄청난 고객 수가 핀테크의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회장은 "은행은 고객 숫자가 많다고 성장이 담보되지는 않지만 카카오톡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고객 수가 많은 것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라며 "핀테크 시장이 본격화되면 금융사가 보유한 수많은 고객이 사업추진 등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최근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굳이 도입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회장은 "저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금융소비자의 금리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비교우위를 가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초기 설립비용이 수반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점포 유지비용 절감을 통해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 및 수수료 제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국내 은행도 은행의 인터넷뱅킹과는 차별화된 고객층을 공략하는 동시에 해외 진출의 한 방안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자회사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해외와 차별화된 한국형 핀테크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며 "해외 성공 사례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핀테크 흐름에 맞춰 금융사는 물론 금융당국 또한 규제개혁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핀테크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개선 노력이 뒷받침돼야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며 "은행권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전담조직 신설이나 핀테크 사업자와의 제휴, 스타트업 육성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의 움직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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