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운영… 임직원들과 트레킹… 간담회도 연설보다는 '수평적 대화'
■LG CEO들 사내 소통 방식은
LG그룹의 사내 소통 문화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CEO들이 소통을 뛰어 넘어 직원들에게 "CEO에게도 노(No)라고 말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CEO와 임직원 간의 대화의 장도 늘어 나고 있으며, 지위고하의 벽은 점점 허물어 지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게 CEO가 솔선 수범하며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들어 임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주말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킹은 제주 올레길과 비슷한 평지에서 약 3시간 동안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하게 된다. 지난 3월 중순에는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에서 HE사업본부 임직원과 트레킹이 있었다. 지난 1월 말 BS사업본부와 올해 첫 트레킹을 했던 남용 부회장은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주말을 이용해 임직원들과 트레킹을 함께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남 부회장은 주 2~3회 임직원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꼼꼼히 챙긴다. 한해 동안 직원들과 갖는 간담회만 100회가 넘는다.
간담회 형식도 격식이 무너지고 있다. 임직원 간담회 하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게 CEO의 연설이나 설교다. 하지만 LG전자의 간담회는 대부분의 시간을 직원들이 질문하고, 남 부회장이 답변하는 방식이다. 질문과 답변 내용도 스마트폰, 스마트TV, PDP모듈 등 회사의 당면 이슈에서 조직운영 방안, 개인적인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남 부회장은 최근에는 4번에 걸쳐 Y세대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사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진화시켰다. Y세대는 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말하는데, 기업에서는 사원ㆍ대리가 대부분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간담회 성격이나 대상에 따라서는 기존 방식도 유지되지만, Y세대 간담회를 계기로 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고경영자로서의 권위보다는 격의 없고 진솔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면서 사내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권 사장은 수행비서를 따로 두지 않고, 긴급하거나 간단한 보고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할 것을 임직원에게 주문하는 것은 물론 사내 인트라넷의 게시판을 통해서도 "CEO에게도 노(No)라고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지난 2008년부터 한달에 2~3회 사내 인트라넷과 이메일을 통해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CEO 노트'를 발송, 권 사장이 경영활동 및 일상에서 느끼는 진솔한 생각과 경영 방침을 신속하게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CEO가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강조하면서, 사내 회의실 구조도 상석 의자가 없어지고 마주보는 형태로 바뀌고, 사내 인트라넷에도 임직원 개인 블로그를 신설해 임직원 상호간에도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활성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LG CNS 사장은 CEO로 부임한 첫 달에만 약 1,000여명이 넘는 임직원을 직접 만났다. 국내에 근무하는 LG CNS 임직원 6,000여명의 20%에 가까운 임직원을 한 달 만에 만나는 강행군을 한 것이다.
또 김 사장은 CEO로 취임한 후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에 '신임CEO에게 바란다'를 신설,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의 속도와 거리를 줄이고 있다. 이 게시판에는 신임 CEO에게 바라는 점은 물론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방안 등 임직원의 소중한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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