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로 변신하는 오피스빌딩 저층부

지하에 입점 기존 빌딩과 달리 최근엔 접근성 좋은 지상으로
광화문 D타워는 5층까지 채워 음식료업서 쇼핑시설로 다양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디타워' 리테일 주 출입구에서 올려다본 디타워 내부 모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1층부터 5층까지 이어지는 리테일 매장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대림산업

지난 16일 방문한 광화문 디타워. 1층 리테일(상업시설) 주 출입구를 들어서자마자 2층 식당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각 층에는 이미 입점한 점포들과 입점 준비로 분주한 점포들이 보였다. 얼핏 봐서는 애초 이 빌딩이 오피스로 지어졌는지 리테일 몰로 지어졌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해 말 준공한 디타워는 지상 1층부터 5층까지 저층부를 리테일로 채울 계획이다. 접근성이 좋은 1층에 리테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빌딩 로비를 지하 1층에 뒀으며 전통적으로 오피스 빌딩 1층에 자리하던 은행 점포도 지하로 내려갔다.

디타워는 최근 오피스 빌딩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소비 행태가 변하고 도심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오피스 빌딩 저층부를 리테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리테일이 점점 더 지상층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오피스 빌딩 중 리테일 면적이 넓은 서울파이낸스센터·강남파이낸스센터 등은 지하층 전체와 1층을 리테일로 활용했다. 광화문을 대표하는 흥국생명빌딩(씨네큐브 영화관), 영풍빌딩(영풍문고), 교보빌딩(교보문고)도 리테일의 상징적인 공간이 모두 지하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타워처럼 오피스 빌딩 지상 5층까지 저층부를 리테일로 채우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디타워를 운영하는 대림산업의 한 관계자는 "상권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오피스 임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저층부에 리테일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말에 준공된 그랑서울도 지상 3층까지 리테일 공간을 올렸다.

리테일이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과거 오피스 빌딩의 리테일은 기껏해야 지하 아케이드가 전부였기 때문에 전체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수준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에 지어진 그랑서울·타워8·디타워 등은 전체 연면적에서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10~20%에 달한다.

양미아 세빌스코리아 전무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가까운 곳에서 쇼핑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오피스 리테일 시설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테일은 오피스 빌딩의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양 전무는 "입주사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리테일 시설을 갖춘 새로운 유형의 빌딩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자산가치를 높여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고 더불어 수익성도 높이는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김낙균 JLL 이사도 "오피스 임차인들은 전망이 좋지 않은 저층부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오피스 공급 과잉 시대이기 때문에 공실률 해소를 위해 리테일을 유치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 및 음료(F&B) 중심의 리테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리테일이 임대료를 꾸준히 내기 위해서는 매출이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같이 F&B에 편중된 리테일 구조에서는 서로 매출을 갉아먹어 오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F&B 외에 쇼핑시설을 넣는 오피스 빌딩도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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