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이르다/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특별기고)

◎‘인력난’ 중기 지원은 커녕 훼방이라니지구촌 경제 발전과 더불어 국가간 발전수준의 차이도 벌어지는가 하면 개방화의 진전에 따라 국제 노동이동도 점차 확대추세를 보여왔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 「자유로운 노동이동」의 방향을 향해 진전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가간 노동력 이동은 일반적으로 저개발국으로부터 개도국으로 그리고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되어 왔다. 이는 과거 우리가 서독에 관원 또는 간호사를 파견했던 때를 생각해봐도 자명해지며 선진국 인력이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으로 유입되는 경우는 평화봉사차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봐도 이해할 수 있다. 경제가 발전되고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은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은 기피하기 마련이며 경제가 발전되고 선진국형에 가까워질수록 그 나라 국내인력이 원치 않는 일자리는 점점 늘게 마련이다. 우리 산업현장도 80년대 후반부터 바로 이러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이른바 3D 직무현장에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없게 되었고 대기업 현장보다도 근로조건과 작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현장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생산활동의 지속을 위해서라도 비숙련 단순외국인력의 활용이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이런 틈을 타 중간브로커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부조리가 심각해지자 외국인력에 대한 수입정책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활용을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불과 4년전 정도의 일이다. 그 당시 인력관련 정부부처는 물론 대부분의 정부입장은 외국인력의 합법적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외국인력의 현장투입이 몰고 올 역기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학계에서도 외국인력의 수입정책이, 연수정책이 아니라 연수생제도로 공식화하는 문제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노동계의 입장도 비슷했었다. 그런 가운데 산업정책 관련부서와 중소기업계의 노력으로 어렵게 태어난 외국인력활용제도가 바로 산업기술연수생제도다. 솔직히 돌이켜보자. 우리는 그렇게 어렵게 태어나 중소기업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외국인력에도 그들 나라에서는 같은 기간에 상상키 어려운 고소득의 기회가 되어온 연수생제도에 대하여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충고하고 기르고 성숙시켜 나가려 했는가. 오히려 우리는 연수생제도가 태어나기가 무섭게 매질부터 해온 것은 아닌가. 정부처간에는 물론이고 민간에서조차 이해관계로 인한 이기주의에 몰두해온 것은 아닌가. 과연 우리모두는 외국인력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는가.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반드시 짚어볼 일이다. 기실 산업기술연수생제도에 대한 그 매질도 따지고 보면 연수생제도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들어온 이후 나타나거나 수반된 문제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연수생으로 위장한 제도 운운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을 안다면 비판대상이 아니며 장기적인 발전적 관점에서 보아야 하며 연수효과로 본다면 현장에서 일하며 배우는 것 만큼 큰 것도 없다.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필요성 속에서 연수생제도가 어렵게 도입되고 이제 겨우 정착단계에 와있는 상황에서의 외국인 고용허가제도입 방침은 분명 전장에 나가는 중소기업인의 탄약을 빼앗는 격밖에 되지 않는다. 고용허가제 도입의 이유를 객관적으로 곱씹어 봄은 고용허가제의 부당성에 대한 뒷받침으로 충분하다. 우선 불법체류자문제는 연수생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많았음을 고려해야 하며 실제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이 관광, 친지방문을 빌미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차치해 두고라도 불법체류가 가능한 현실을 방치해두고 불법체류자문제가 현 제도 탓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해외인력활용은 송출국 입장보다는 수입국 입장이 중시될 수 있고 선진국들의 경험도 그러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내근로자에게는 기능, 기술, 능력, 성과 등에 맞는 임금제도와 임금수준을 받아들여 주기를 요구하면서 비숙련 단순외국인력에게는 이러한 임금결정 기준조차 무시하고 똑같은 임금수준을 적용해야 한다면 과연 그것이 공정하고 균형된 것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연수생들의 수당 등 실수령액이 국내근로자 평균임금수준의 80%를 넘고 있다는 현실은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단순히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라기 보다는 국내인력이 원치 않는 일자리와 중소제조현장의 절대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는 제도로 이미 뿌리내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도입초기에 우려했던 산업구조조정 지연, 국내고용 대체, 국내근로자의 임금인상억제 등의 역기능은 아직 관찰되고 있지 않다. 불법체류자 문제라든가 보호받아야 할 노동관련제도의 문제 그리고 인권문제 등의 개선은 현재도 가능할 뿐 아니라 관련부처의 협력과 의지만 분명하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연수생제도도 사실상 고용허가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며 특별법제정으로 뒷받침하려는 한시적 고용정책과 순환원칙이 현 산업기술연수생제도에서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법률 그 자체라기보다는 효과적인 제도의 운용이며 시간이 필요하고 단계적인 제도발전이 바람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태동과정과 현실을 직시하고 균형된 시각에서 좀 더 생각해본다면 고용허가제의 도입은 현실적합성이 현재로서는 낮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순비숙련 외국인력 뿐만 아니라 전문인력까지도 포함하는 외국인력 활용대책이 발전적 과제의 하나로 시간을 두고 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 서양 격언 중에 「검이 짧으면 한 걸음 앞서라」는 말이 있다. 최근 우리경제가 고비용, 저효율구조하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도기업이 속출하는 등 그 어느때보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한 걸음 앞설 수 있도록 격려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짧은 검이나마 무용지물로 만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