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8ㆍ31 대책에 대한 평가가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보도 자료에 의하면 일반 국민들이 기대해도 좋을 정도로 낙관적 전망을 담고 있다. 오는 2006년 말까지 전국의 주택 가격이 지난 8월보다 6% 정도가 하락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8% 감소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강남 주택값이 20% 정도 하락하고 수도권 10%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예측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투기수요 제거, 자원의 생산적 배분, 주거와 투자환경 개선, 계층간 부의 불균형 완화 등 듣기 좋고 바람직한 기대로 비쳐진다.
'8·31대책' 현안 해결에만 급급
이 전망이 국민의 기대를 위한 것인지, 혹은 정말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우려하는 현상이 미래에 나타날 수도 있음도 염려해야 하지 않을까. 8ㆍ31 대책은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이지 미래에 대한 정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유는 대책안의 핵심을 정부 관계자가 내세우는 것처럼 투기꾼과 가진자들에게 세금 폭탄을 떨어뜨려 투기꾼 제거, 소득의 배분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데 뒀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1.6%를 제외한 98% 가구들의 배 아픈 문제에는 다소 위안이 될지는 몰라도 45%에 달하는 무주택 가구들에는 여전히 배고픈 문제를 해결 해주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장기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향후에도 시장의 추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대책안을 내놓겠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가.
주택은 모든 사람들에게 선택이 아닌 생활의 필수 상품이다. 다만 선호도에 따라 지역과 품질 및 성능을 따져 지불할 수 있는 여력에 따라 구매할 뿐이다. 형편과 여력, 그리고 선호도에 따라 선택하는 주거상품이다. 이와 달리 특정지역 주택에 무거운 세금을 매겨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떠나게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두 가지 현상을 연상해볼 수 있다. 기존의 거주자보다 훨씬 높은 소득을 가진 계층이 진입함에 따라 특정지역은 부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높아지고 계층간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연출된다.
다른 하나는 특정지역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주택을 팔려고 해도 매매가 안 이뤄지는 경우 주택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보통 한국인들의 재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80% 이상이라고 한다. 특정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의 80%를 박탈당하는 경우도 발생 된다.
투기꾼은 손해를 보면 그만이지만 어렵게 재산의 가치로서 집을 장만한 사람은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이 또한 정부가 바라는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인들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870만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직업 수명은 대부분 50세를 넘기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주택값이 높아지는 이유는 선진국과 달리 주택을 주거 개념으로만 보기보다 재산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유난히 강한 한국인들의 전통적 사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만약 주택이 더 이상 50세 이후의 생계를 위한 재산이 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면 나머지 생계벌이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정부가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미래 지향적 주택정책 마련을
정부는 이제 국민들에게 대책이 아닌 정책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원하는 모든 국민들이 주택을 갖게 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투기꾼 근절만으로 주택값을 낮출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도 보여줘야 한다.
모든 국민이 원하는 지역에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정책이 지구상에 존재하는지를 알려줘야 하고 또 주택 가격은 시장 기능이 아닌 정부의 관리 기능에 의해 통제를 계속하겠다는 확고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끝으로 세상은 흑백이 아닌 다양한 컬러의 사회로 가고 있다는 하버드 MBA 교수의 말을 정부의 부동산대책 담당자들에게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