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제·반세계화 열풍·中WTO가입등 해설진보적인 경제담론의 하나인 세계체제론의 주창자 엠마누엘 월러스타인은 최근 국내 언론에 "미국경제의 단일지배 체제가 머지 않아 무너지고, 중국과 유럽의 경제가 급부상하는 세계경제의 판도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경제의 체력약화, 중국경제의 급성장과 WTO가입, 유럽의 단일통화체제 출범 등의 맥락에서 나온 예견이다.
지난해 9ㆍ11테러 때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의 붕괴를 보면서 "세계 경제와 역사의 반전이 시작됐다"고 단정하는 성급한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곧바로 아프간 공격에서 초강국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침체일로를 걷던 미국경제도 차츰 회생의 기운을 보이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는가 하면 세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초강국 미국의 위세가 한풀 꺾이는가 싶으면 어느새 다시 강력한 위세를 과시하곤 한다.
고정불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진리를 실감케 하는 현실이다. 세계는 분명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있다.
진정 미국의 시대가 가고 아시아의 시대가 올 것인지, 유럽의 통합을 위한 행보는 어디까지 진전될 것인지,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빈곤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본경제신문사가 펴낸 '세계경제 트렌드'는 올해의 시점에서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흐름과 전망을 펼쳐 보여준다.
'세계경제 트렌드'는 경제 문외한들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단명료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은 기초적인 경제지식부터 최신 경제현안에 이르기까지 세계경제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100가지 테마를 선정, 일문일답 형식으로 설명해 준다.
평이한 문장에다 도표와 용어를 풍부하게 실었기 때문에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이해가 빠르다.
이 책의 '100문 100답' 중 몇 가지만 들여다 보자.
우선 미국 경기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나? 책은 2000년 말부터 미국 경제에 침체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실업률은 지난해 4월 4.5%까지 치솟았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1년여만에 반토막이 됐다. 부시정권은 경기회복을 위해 대규모 감세와 금리인하 정책을 내놓았지만, 9ㆍ11테러가 그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의 경기하락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과잉투자 상태인 하이테크 기업의 대량감원과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과잉투자부문의 구조조정 이후 경기상승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다음 반세계화운동의 미래는?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인도주의를 주창하는 국제앰네스티, 개도국의 채무말소를 요구하는 주빌리2000 등 비정부기구들의 반세계화운동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책은 미국 등 선진국이 세계화로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반면 아프리카 등 개도국들은 더욱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가 하면, 선진국 내부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고 지역 고유 문화가 말살되고 있는 등의 세계화가 낳은 부작용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반세계화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이밖에 중국의 WTO가입이 중국경제에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가져다 줄 것이며, 첨단 기술력도 값싼 노동력도 갖추지 못한 한국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고 이를 타개할 수 있을지 여부는 IT산업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