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자산 운용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은행은 시중은행에서는 제일, 지방은행에서는 강원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또 은행들이 무수익 신탁자산을 성업공사에 매각, 지난해에 결손처리하면서 수탁고객의 수익은 높혀주는 대신 해당 은행 주주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현재 국내 27개 은행(농·수·축협 포함)의 신탁자산 무수익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은행의 전체 신탁자산 161조9,346억원중 무려 9조1,183억원(5.63%)이 이자가 들어오지 않는 무수익 자산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무수익자산 매각을 통해 현재는 부실률이 훨씬 낮은 상태로 돌아섰지만, 이번 수치는 은행들의 신탁자산 운용능력을 제시해준다는데 의미를 주고 있다.
이중 강원은행이 총 수탁액 5,750억원중 1,394억원이 이자가 들어오지 않는 무수익 자산으로 분류돼, 무수익률이 24.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수탁자산중 24% 이상이 부실화돼, 고객의 배당률이 형편없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반 시중은행중에서는 해외매각이 확정된 제일은행이 지난해 7월 무수익자산을 한차례 성업공사에 매각했음에도 불구, 총 수탁자산중 12.10%의 무수익률을 기록, 운용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합병전 상업은행을 제외한 6대 선발시중은행 전부 신탁자산의 무수익률이 5%를 넘어섰다. 지방은행의 경우 대구와 부산, 제주, 강원, 경남은행의 무수익률이 전부 10%를 넘어서 지방은행들의 운용능력이 서울 소재 은행들에 비해 월등히 뒤떨어졌다.
신탁자산은 통상 은행들이 국공채나 지급보증이 된 회사채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일반자산보다 안전성이 높다는게 통설이었다.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무수익신탁자산을 약정금리가 보장된 개발신탁에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수천억원씩을 성업공사에 매각했기 때문에 연말 현재 무수익률은 8월말보다 훨씬 우량한 상태로 변모했다.
대신 매각으로 인한 손실만큼 은행들은 지난해 결산때 손실로 반영했다. 이중 일부 은행들은 매각전 충당금을 설정, 부실자산을 털어냈으며 매각후 이익으로 환입시켰다.
신탁자산은 그러나 상품의 특성대로 고객이 위험성을 안고 손실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함에도 은행이 이를 그대로 떠안아 결국 은행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전가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에대해 『고객의 이익을 높히기 위해 주주의 이익을 등한시한 것은 배임행위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부실을 그대로 안고가기보다 매각을 통해 떨어내 장기적으로는 주주에게도 이익을 남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복·김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