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 12월 18일] <1579> 스트라디바리


'천상의 소리, 첨단과학으로도 모방할 수 없는 신비의 선율.' 스트라디바리우스(별칭 스트라드) 바이올린에 붙는 찬사다. 제작자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현대 바이올린의 원형을 완성한 사람이다. 1644년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에서 태어나 12세부터 20세까지 현악기 제조의 거장인 니콜로 아마티 밑에서 도제수업을 받고 귀향한 그는 곧 명인으로 인정받아 이름을 얻고 재산을 모았다. 악기 제작기법을 자손에게도 물리주지 않았던 그는 1737년 12월18일 93세로 사망했으나 작품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다. 평생 그는 제작한 악기는 1,100여대. 현존 작품은 바이올린 540여대, 첼로 50여대, 비올라 12대로 추산된다. 한정된 명품 스트라드는 부르는 게 값이다. 2007년에는 경매에서 스트라드 바이올린 한대가 270만달러 이상 가격에 낙찰됐다. 개인 간 거래에서는 이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게 보통이다. 스트라드는 음악가뿐 아니라 과학자와 호사가들의 탐구 대상이기도 하다. 동일한 무게의 황금보다도 10배 이상 비싼 악기의 신비를 밝혀내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수 도료를 사용했다는 주장에서부터 해상왕국 베네치아 공화국 비전의 목재가공술 등을 썼다는 둥 분석이 분분하다. 최근 들어서는 유럽에 불어 닥친 이상한파로 성장은 늦지만 밀도가 단단해진 가문비나무를 재료로 사용한 덕분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스트라드 중에서도 최상품이 나온 1700년과 1720년 사이에 다른 명장들도 집중적으로 명품을 남겼다는 점이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한파로 단단해진 나무가 명품을 낳았다면 난관은 축복일지도 모른다. 쌀쌀한 겨울 날씨에 얄팍해진 주머니가 힘들더라도 시련은 내일을 위한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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