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방치땐 경기회복 저해" 판단

■ 부동산투기조사 수도권 확대작전세력 타지역이동 사전차단 의지 국세청이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부동산 투기조사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경기가 뚜렷이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에 부동산투기가 과열국면으로 치솟아 안정기조를 해칠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회문제화됐던 서울 강남 대치동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자 투기세력들이 과천 등 다른 지역에서 또다시 '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이를 사전 차단하는 동시에 투기세력을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확대조치는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저금리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아파트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수요를 형성, 주택시장에 새로운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세무조사 확대가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회의적이다. IMF 이후 위축된 주택공급과 저금리 등이 최근의 아파트값 급등을 불러온 요인이라고 볼 때 이러한 근본원인에 대한 치유책이 없는 상태에서 '억누르기' 대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조사대상을 수도권으로 확대해도 양도세 추징의 근거가 되는 기준시가를 시세와 근접하도록 조정하지 않은 한 투기대책은 단순히 '겁주기'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6일 발표되는 대책의 주요 내용에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처럼 수도권 지역의 기준시가도 수시 조정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 초강수대책, 왜 나왔나 서울 서초ㆍ강남지역 아파트 세무조사를 골자로 한 '1ㆍ8 주택시장안정대책'이 시행된 후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주춤해지고 있다. 그러나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아파트 가수요 심리가 서울 강북 및 수도권 신도시로 번져 수도권 전역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주택시장은 정상을 벗어나 투기시장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국민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지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4일 재경부 업무보고를 받은 김대중 대통령이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주택에 대한 투기를 뿌리뽑겠다고 천명한 것도 정부가 초강수 대책을 내놓게 된 하나의 배경이다. ◆ 수도권 아파트, 올해 얼마나 올랐나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의 시세조사에 따르면 1월 한달간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서울 3.95%, 신도시 4.06%, 신도시 외 수도권 2.6% 등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투기 1번지로 지목돼온 서울 강남의 경우 4.50% 오른 반면 강동 4.97%, 양천구 7.21%, 강서구 4.30%, 서초 4.77%등 국세청의 세무조사 칼날을 피한 지역의 가격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ㆍ재개발이 추진 중인 과천(7.82%), 광명(6.44%), 성남(5.76%)과 그린벨트 해제라는 호재를 안은 하남(6.47%) 등 수도권 도시들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분당(5.40%), 평촌(3.82%) 등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양권 가격도 서울의 경우 종로(6.58%), 강동(3.92%), 동작(3.78%), 성북(3.43%)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세무조사가 실시 중인 강남구만 유일하게 0.11% 내렸다. 조사를 담당한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강남권에 세무조사가 단기적으로 강남구ㆍ서초구 일부 지역의 부동산투기를 주춤하게 했을 뿐 강남권 이외 지역은 오히려 집값상승을 유도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 아파트시장, 당분간 침체 불가피 국세청이 나서 서울 및 수도권에서 ▲ 재건축 아파트 ▲ 기존 아파트 단기매매 ▲ 아파트 분양권 전매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단행할 경우 아파트 시장은 단기적으로 침체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무조사라는 칼을 대증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시장의 면역력만 키워놓아 만성적인 투기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우건설의 분양담당 관계자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실시될 경우 가수요 심리는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으나 저금리 등 주택경기 활황의 근본 요인이 변하지 않는 한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이사도 "과천, 서울 목동 등의 매수세는 이번 세무조사로 일단 한풀 꺾일 것"이라면서도 "아파트 시장의 가격상승세를 이끌어냈던 투기세력들이 또다른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규분양 시장은 세무조사에도 불구하고 활황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오는 4월부터 청약 1순위자가 3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청약경쟁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학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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