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소액주주들 주총 “나몰라라”

코스닥 기업들의 주총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경영 상태를 감시ㆍ견제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기업경영 보다는 단기 매매 차익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등록 기업들은 올해 경영권 분쟁ㆍ거래소 이전 등 민감한 현안이 유난히 많지만, 주총에 참석하는 소액주주들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건전화 방안마련 ▲집단소송제 도입 등으로 소액 주주들의 회사경영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기능잃은 주총=주총의 감시기능이 무너지고 있다. 주총장에서 동원된 회사측 인사를 제외한 순수한 의미의 투자자는 찾아 보기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총은 안건에 대한 아무런 이견없이 사측 의지대로 속전속결로 끝나는 실정이다. 지난달 25일 주총을 마친 서울시스템의 경우 한글과 컴퓨터의 경영권 개입과 상호변경이라는 현안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 참가자는 고작 3~4명에 불과했다. 이 회사 임원은 “올해 시장이 워낙 안 좋아 주주들이 아예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지 않겠냐”고 반문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난리를 쳐도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썰렁한 주총장 표정을 대변했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도 “주총을 앞두고 지난해 저조한 실적과 주력 업종 변경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항의 전화 몇 통이 고작이었다”고 전했다. ◇`빅 이슈`주총도 무관심=경영권 분쟁ㆍ거래소 이전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룬 코아정보 등 몇몇 기업들의 주총은 주주들의 열띤 의견 표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소액 주주들은 방관자에 머물러 말 그대로 대주주들끼리 설전에 그쳤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영권과 관련해 한글과 컴퓨터(21일)ㆍ지이티(26일)ㆍ나모인터렉티브(26일 예정) 등과 거래소 이전을 결의한 강원랜드(26일)ㆍ국보디자인(28일)ㆍ이수페타시스(21일)ㆍ대아건설(25일)ㆍ원익(21일) 등도 주총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소액주주 참가는 극히 제한적일 전망이다. ◇주총 활성화, 대안은 있나=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건전화 돼야만 단타 매매도 줄어든다”며 “시장에서 부실 기업을 솎아내야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코스닥의 경우 단타 매매를 주로 하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90%를 넘는다”며 “이들이 기업에 관심을 갖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집단소송제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면 권리행사도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차등배당 등으로 소액주주를 배려하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난 점도 주주들이 주총을 외면하는 간접 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개인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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