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내달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 북한 인권과 핵 문제를 둘러싸고 격돌을 벌인다.
우리 정부의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내달 3일 오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해 유엔총회가 결의로 권고한 책임 규명 문제를 포함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유엔 차원의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에 설치되는 북한 인권사무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피력할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아울러 탈북자 강제송환 금지, 이산가족 상봉 필요성, 국군포로 문제 등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조 차관은 또 4일 오전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핵확산 금지노력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할 것을 약속하고 핵무기 제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의 생산 금지 조치 등을 강력하게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북한 리수용 외무상은 3일 오전 제네바 군축회의, 같은 날 오후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 외무상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해 북한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리 외무상은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북한 인권 침해 책임자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등을 골자로 한 유엔 총회 대북 인권결의안을 비판하면서 탈북자 신동혁 씨의 자서전 증언 내용 일부 오류 인정 등을 사례로 들며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의 무효화를 주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군축회의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안보 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리 외무상이 2006년 유엔 인권 이사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회기(3월2-5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것은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 내용이 이른바 북한의 ‘최고 존엄’을 직접 겨냥하는 것으로 보고, 그동안 회피해오던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세평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22일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3월 인권이사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미국 상원 보고서에서 나온 미국 CIA의 (관타나모 수용소) 고문 문제를 논의하고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도 이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또한, 자성남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탈북자 신동혁 씨의 ‘거짓 증언’에 기초한 북한 인권 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신 씨의 증언은 수백 명의 증언을 담은 350쪽짜리 보고서의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신 씨의 증언번복이 보고서의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즉각 반박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설치된 COI는 지난해 2월 1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이 보고서는 북한 아동들의 고문 피해를 기술하면서 신 씨가 14세에 고문을 당했고 재봉틀에 찍혀 손가락을 잃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신 씨는 고문을 20세 때 당한 것이라고 번복하는 한편 악명 높은 14호 정치범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게 아니라 어린 시절 인근 18호 수용소로 이송됐다고 털어놓았다.
조 차관과 북한 리 외무상은 제네바에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 등을 각각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내달 27일까지 계속되는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해 3월 통과된 제25차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결의안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난해 11월 유엔총회 결의 문구를 포함한 대북한 인권결의문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유엔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