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농후한 종목 섣불리 투자했다간 큰 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이 급등락하는 양상이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 재료는 상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막연히 재료만 믿고 섣부른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8,000원(5.56%) 내린 13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전날 독일 쉰들러그룹이 주식 5만2,186주(0.49%)를 추가로 사들였다는 소식에 장중 한 때 14%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쉰들러그룹의 꾸준한 지분확대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신호 일 수 있다는 전망에 장중 급등세를 탄 것이다. 쉰들러그룹은 지난달 19일에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 12만6,084주(1.17%)를 매입하는 등 꾸준히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가 2ㆍ4분기에 주식 파생상품거래로 481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으면서, 쉰들러그룹인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장은 이를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받아들이며 당시에도 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오르는 등 경영권 분쟁 이슈가 나올 때 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6월30일 기준으로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24.20% 소유하고 있다. 사정은 최근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동원수산도 마찬가지. 동원수산은 이날 장중 한때 13% 가까이 올랐다가 오후 들어서며 주가가 급락했다. 최근 왕윤국 명예회장의 딸인 왕기미 상무가 지분을 0.5% 늘렸다고 밝히면서 전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원수산은 지난 3월 왕 회장의 부인인 박경임씨가 현재 대표이사인 왕기철 대표를 사퇴시키고, 막내딸 왕 상무를 대표에 선입하겠다고 나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왕 대표는 박씨의 의붓아들이고 왕 상무는 친딸이다. 당시 주주총회에서 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고 왕 상무를 이사로 선임하는 등 양측의 타협으로 사태는 일단락 됐다. 그러나 최근 왕 상무가 다시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특별한 호재성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과 같은 이슈는 단기 수급이 몰리며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불확실성으로 언제든 상황이 반전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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