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공기업 개혁을 명분으로 금융공기업들을 대상으로 퇴직자 수 이상의 신입사원을 뽑지 못하도록 일선에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제약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청년 일자리 창출까지 막으면서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당국과 금융공6기업들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일선 공기업 예산관리 책임자들과 연이어 가진 회의에서 일부 공기업들이 퇴직자 수 이상으로 신규인력 채용을 계획한 것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는 당장 금융공기업의 예산을 심의하는 경영예산심의회에서 일부 기관이 제출한 신규인력 채용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경영예산심의회는 내년도 공무원 봉급 인상률인 1.7%를 지키는 것은 물론 정원을 늘릴 수 있는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100명, 2013년 80명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뽑았던 산업은행은 내년에는 50명만 뽑기로 했다. 정책금융체계 개편으로 산업은행과의 통합을 앞둔 정책금융공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신규인력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대출 관리인원도 점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제출한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절반 아래로 줄이면서 내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백지화했다. 신규인력뿐 아니라 기존 임원의 연봉도 대폭 깎였다. 최고경영자 연봉의 60%를 차지하는 성과급을 40% 깎는 등 임원들은 올해 연봉의 약 25% 정도가 내려갔다.
다만 기술보증기금 등은 '창조경제'를 명분으로 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신규인력 채용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해외 건설 플랜트를 앞세운 수출입은행도 상대적으로 쉽게 신규인력 예산을 배정 받았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일부 공기업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까지 만들어 공기업에 청년 고용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입사원을 뽑지 말라니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필요에 의해 인력을 뽑았는데 그 때문에 공채 기수에 따라 인원이 천차만별이어서 승진이 적체되는 등 조직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