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무역수지 흑자 관리에 적신호를 던지고 있다.지난해 마이너스행진을 지속하던 수입증가율은 올들어 2월을 제외하곤 10%이상의 증가율을 지속하더니 5월 들어 20%대로 급격한 증가세를 탔다.
지난 5월의 수입증가율 25%는 지난 96년1월 34.4%를 기록한 이후 40개월만에 최대의 증가율이다. 규모면에서도 95억달러를 기록해 지난 97년 12월 102억달러이후 월간 기준으로 17개월만에 최대 기록을 작성했다.
이같은 수입 급증세는 최근 내수 소비 및 투자 회복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나 올 무역수지 흑자목표 250억달러 달성에 심각한 부담을 줄 전망이다.
올들어 5월까지 무역수지 흑자는 93억3,100만달러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18억6,600만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월별 흑자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올해 무역수지는 223억달러로 목표에 미흡하나 근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입증가세가 수출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점. 5월까지의 수출입 추세만 보더라도 올 무역수지 목표 달성이 흔들리는 신호가 역연하다.
더욱이 하반기이후 원화절상이 가속된다면 목표의 대폭적인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급증 원인과 전망=수출에 비해 수입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최근들어 민간 소비심리와 설비투자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분기중 민간소비는 6.3%가 늘어나며 전체 성장을 3.4% 포인트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 지난해 일시 중단됐던 자동차, PC, 통신기기 등 내구재에 대한 소비가 올들어 집중되면서 전체 소비증가를 이끌었다.
올 1·4분기중 내구재 소비는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으며 자동차, 선박, 철도차량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며 침체를 지속하던 설비투자도 모처럼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 한해동안 크게 위축됐던 설비투자는 지난 1·4분기 10.9%로 회복세로 전환된 데 이어 지난 4월 29.4%로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입은 원래 경기후행적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 정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4.6%로 나타났음을 감안하면 수입증가세는 당연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지난해 거의 모든 기업들이 재고조정에 나서면서 수입이 비정상적으로 가라앉았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재고를 줄이는 데 온 힘을 기울였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다 높은 환율 때문에 수입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수입은 평균 35.5%가 감소했었다. 올 5월 수입의 비교치인 지난해 5월의 경우 수입규모는 75억8,600만달러로 전년대비 38.2%가 줄었었다.
종합해보면 지난 5월의 수입증가세는 전년동기대비로 산출되는 통계상 착시(錯視)현상에 따른 부분도 적지않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전진 연구원은 『올들어 국제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가격효과가 수입증가율을 5%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무역수지 흑자목표 달성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자부 관계자도 『수입이 급작스레 늘어나 연말 무역수지 목표를 맞추는 데 부담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내수와 수출에 도움이 되는 자본재, 원자재 수입보다 소비재수입이 눈에 띄게 불어난 데 있다.
지난 5월초부터 20일까지의 수입물량을 분석해보면 원자재수입은 지난해 5월에 비해 9.3%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본재수입은 같은 기간동안 26.3%가 증가했으나 61.2%로 나타난 소비재수입 증가율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일평균 수입액으로만 따지면 소비재수입은 외환위기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재 일평균수입액은 5,240만달러로 외환위기전인 지난 97년 10월의 5,49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같은해 11월의 5,120만달러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소비및 소비재수입 급증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증가세가 하반기들어 둔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무역수지 관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회복 가능한가= 지난 5월수출은 4개월만에 모처럼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은 지난 2월 전년동기대비 16.4%를 기록한 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5월 116억달러를 기록하며 2.2%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산자부와 민간전문가들은 5월을 출발점으로 수출이 점진적인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수출감소세도 가격기준이었을 뿐 물량면에서는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지적이다.
중국, 홍콩, 대만등 중화권을 제외하곤 동남아경기가 예상밖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미국경기도 당초 예상과 달리 인플레를 걱정할정도로 아직은 심각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수출회복에 대한 전망을 밝게해 준다는 것.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산자부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5대주력상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6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2∼3%가 증가한 118억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