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가 이몽룡과 백년가약을 할 때는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돼 돌아와 옥중에 갇혀 있는 자신을 살려준다는 약속을 받고 한 것은 아니었다. 심청이 만경장사 상인들에게 공양미 300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에 몸을 던질 때는 자신이 살아 돌아와 아버지의 눈뜬 모습을 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런 것도 아니었다. 춘향과 심청은 모두 아내와 자식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생명을 걸거나 몸을 던졌던 것이다.목숨을 걸거나 던져서 소신을 지킨 경우가 인간의 도리를 다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 관헌에게 잡혀서 감옥살이를 했던 사람들,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처럼 목숨을 걸고 민족의 얼을 세계 만방에 떨쳤던 사람들 모두가 인간이나 국민의 도리를 다한 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를 살아오면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던 사람들 또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대의를 위해서 소신껏 행동했던 사람들이다.
도리를 다한 사람들 중에서 춘향과 심청의 경우는 자신의 목적도 달성하고 부귀영화도 누렸던 예이다. 그러나 일제 때 독립운동을 했거나 70년대와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그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일제 때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투사의 후예들 중에는 생활고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영광스러운 영예를 차지했더라도 현실적으로 생활하는 데는 제약이 많이 있는 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 민주화투쟁을 했던 사람들 중에도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는 뚜렷한 영예조차 없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도리, 주민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서도 사회적으로 그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누가 인간의 도리를 다하면서 자기 희생을 하려고 하겠는가. 이렇게 되면 정의는 메말라버리고 사회는 혼탁해질 것이며 협동심·애국심도 커가지 못할 것이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국가가 발전하려면 그 보상이 저절로 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화갑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