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해제 여부가 31일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 영역확대나 해외시장 진출, 기업공개(IPO) 같은 주요 사업에서 차질을 빚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거래소로 도약하는 기틀을 다지느냐 아니면 지역거래소로 전락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한국거래소의 지분구조를 보면 공공기관 지정을 유지할 명분이 전혀 없다. 증권사를 비롯한 회원사가 지분의 88.18%를 보유하고 나머지도 자사주(4.62%), 중소기업진흥공단(3.03%), 금융투자협회(2.05%), 증권금융(2.12%) 등이 갖고 있다.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예산집행이나 사업추진 때는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민간이 주인인 곳을 정부가 통제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무려 4년간이나 계속된 것이다. 독점적 사업권을 쥐었기에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쟁체제로 돌입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적극적으로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덩치를 키워 국제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뉴욕증권거래소와 유로넥스트 합병, 일본 도쿄-오사카거래소 통합, 홍콩거래소의 런던금속거래소 인수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뉴욕거래소에서 이사장이 스톡옵션을 얼마나 받느냐가 화제라는 사실은 거래소 민영화의 진도를 말해주는 사례다. 세계는 초를 다투며 변하는데 한국거래소는 여전히 규제에 묶인 채 제자리걸음이다. 이대로는 안방이나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유지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더 미루지 말고 국제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 지정해제는 이를 위한 첫걸음이다. 한국거래소도 방만한 경영이 지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을 새기고 거듭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