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기회가 맞긴 맞는데…"

신용경색으로 자금확보 어려워…알짜매물 나와도 군침만

“기회라는 건 맞지만 자금조달이 제대로 될까요.”(자원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과 각종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해외 광구 및 광산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외 신용경색으로 자금 마련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30일 정유사ㆍ종합상사 및 자원개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렴한 광구, 광산뿐만 아니라 자원을 보유한 외국 기업들까지 국제시장에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와 있다. 어려움에 처한 자원 관련 기업들이 알짜 자산 또는 회사 자체를 헐값에 파는 ‘눈물의 땡처리’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좋은 광구들이 국제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면서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언감생심이던 매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이 같은 자원시장 상황을 알면서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달러부족 현상과 신용경색으로 인해 자원 추가 확보를 계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는 최근 가격이 떨어진 광구ㆍ광산을 ‘강남 아파트’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 가격이 충분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가격이 싸졌다고 해도 자원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기에 추가 확보를 논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유전이나 가스전 등은 국제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하는데 미국발 신용위기 이후로는 금융기관이 아예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자원의 경우 자금력과 정보력, 오랜 경험을 보유한 한국석유공사나 SK에너지 정도만이 자원 추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자원확보를 위한 정보수집 등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도 최근 사내에서 “자원가치 하락으로 자원확보 비용도 줄어들었다”면서 “이런 시기에 역량을 비축해놓았다가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곧바로 어프로치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박기식 KOTRA 해외사업본부장은 “자원개발은 정확한 정보를 입수해 면밀히 분석한 뒤 뛰어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인프라 구축과 연계한 개발 사업은 전략적인 모델을 만들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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