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이식도 로봇이 한다

FDA 승인 '아타스 시스템' 국내 3개 병·의원서 도입
모낭 채취시간 절반 줄고 정밀도 높아 손상 최소화
비용은 기존 시술의 1.5배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아타스 로봇을 이용한 모발이식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탈모환자가 늘면서 모발이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암 수술 등에 주로 사용되는 로봇수술 기법이 모발이식 분야까지 적용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아타스 로봇 모발수술 시스템'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분당 서울대병원과 초이스피부과ㆍ다나성형외과 등 국내 3개 병ㆍ의원에 도입됐다.

◇모낭채취시간 단축시켜 만족도 높여=모발이식은 이식할 모근(머리털)을 얻기 위해 모근이 포함돼 있는 두피조직인 모낭을 채취해야 한다. 모발이식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모낭 채취 단계에 사용되는 이 로봇시스템은 모낭 채취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정밀한 시술로 모낭 손상을 최소화하며 사람 손과 달리 피로에 따른 편차 없이 일관되게 모낭을 채취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통 탈모환자가 1회에 머리를 심는 양이 3,000모가량인데 모낭당 2~2.5모 정도이므로 모낭을 1,500~1,800개 정도 채취해야만 한다. 손으로 하면 이 작업이 5시간 이상이 소요되나 로봇으로 할 경우 3시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모낭 채취시간이 단축되면 전반적인 모발이식 수술시간을 5~6시간으로 줄일 수 있어 의료진과 환자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것이 로봇 모발이식의 장점이다. 또 손으로 할 경우 장시간 시술로 의료진의 피로해져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로봇을 사용하는 만큼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현재 모발이식 수술은 뒷머리 두피를 길게 떼어내는 절개식(FUSS)과 두피를 떼어내지 않고 모낭을 하나씩 추출하는 비절개식(FUE)으로 크게 나뉘는데 아타스 로봇 수술은 비절개식에 사용된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비절개 모발이식술은 수술 후 별도 봉합과정이 없어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남지 않으며 로봇을 이용하면 정교하고 빠른 채취가 가능해 환자나 시술자 모두 모발이식 수술에 대한 부담감과 수술 중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적용례 적고 시술비 비싼 것이 단점=절개식은 숱이 많은 뒷머리의 두피를 길게 절개해 떼어낸 후 다시 모낭을 하나하나 분리해 이식하는 방법이다. 1회에 최대 3,500모 정도를 떼어내 이식할 수 있으며 모낭채취 시간이 1시간가량으로 짧아 수술시간도 4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뒷머리를 절개해 떼어내기 때문에 가로로 가늘고 긴 12~15㎝ 정도 흉터가 생긴다.

비절개이식술은 모낭을 하나하나 채취해 이식하는 방법이다. 긴 흉터는 생기지 않지만 모낭을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뒷머리를 반쯤 밀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시술시간이 절개식에 비해 2배로 긴 만큼 시술비도 비싸다.

로봇 모발이식은 국내에 도입초기 단계만큼 많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술례가 축적되지 않아 만족도나 효과검증이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시술비가 기존 이식술보다 1.5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아타스 로봇 시스템은 미국 실리콘밸리 의료기 전문기업인 레스토레이션로보틱스가 개발했으며 대당 가격이 약 5억원이다. 아타스는 우리나라에 이어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 로봇시스템은 첨단 영상인식기술과 초정밀 기계공학을 접합해 정밀하고 신속한 시술을 구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허 교수는 설명했다. 아타스 로봇은 수술에 들어가면 먼저 채취할 모낭을 자동으로 인식하기 위해 컴퓨터 이미징 알고리즘을 이용해 초당 50회 속도로 모낭 밀도와 방향ㆍ각도ㆍ깊이 등 특성을 정밀 분석한다. 이렇게 분석된 정보는 20㎛(500분의1㎜) 단위로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 팔에 전달되고 각 모낭 특성에 맞춰 채취가 이뤄짐으로써 모낭 손상을 최소화한다.

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은 "로봇 시스템은 모든 모낭 채취 과정이 모니터에 실시간 영상으로 확대돼 나타나고 채취시마다 바늘 삽입 전후 모습을 캡처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하고 빠른 시술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박재현 다나성형외과 원장은 "몇몇 환자에게 로봇 모발이식을 적용해본 결과 시술시간이 짧아져 의사의 피로도가 확실히 줄어들었고 환자의 만족도도 대체로 좋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모낭 채취 과정이 가장 힘들어 로봇사용이 이 부분에 우선적으로 적용된 것"이라며 "향후에는 채취된 모발을 이식하는 과정에도 로봇을 사용해 모발이식 전과정이 로봇시술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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